주인 잃은 신발·안경…붕괴 당시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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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신발·안경…붕괴 당시 절박함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4.02.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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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인 ‘안전조심하고 가실게요’ 문구에 안타까움 더해
▲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붕괴현장은 지붕이 폭삭 주저 않고 철제 빔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어 그야말로 처참했다. 사고 이틀째 수습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현장은 사고 당시 아수라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강당 주변에는 학생들의 것으로 보이는 안경과 신발이 주인을 잃은 채 그대로 남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0여초 만에 한꺼번에 붕괴된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강당 안쪽의 30도 정도 기운 벽면에는 학생들이 붙인 ‘안전조심하고 가실게요’라는 문구가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벽면에는 4절지 2장 크기에 ‘잠시만요 14학번 안전조심하고 가실게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면적 1205㎡, 높이 10m의 강당 천장과 지붕은 그대로 내려앉았고 구조물은 본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엿가락처럼 휘었다. 또 앙상하게 드러난 건물 뼈대는 붕괴 순간의 충격을 보여주듯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샌드위치 패널 지붕은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 켜켜이 쌓여 있어 붕괴 당시의 참혹했던 순간을 추측하게 했다. 45도 각도로 기운 체육관 외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겨우 형체를 지탱하고 있지만 2차 붕괴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체육관 중심에 V자 쐐기 모양으로 주저앉는 바람에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던 학생들이 속절없이 희생됐다. 건물 외벽의 창문은 거의 부서져 무너지는 지붕을 피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급박한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학생들은 뒤쪽 출입문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뒤쪽마저 무너지면서 창문이나 무너진 틈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애초 출입문이 뒤쪽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쪽에도 출입문이 목격됐다. 그러나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애초부터 잠겨 있었는지 붕괴되면서 잠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대와 경찰,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빠른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 119 구조대원은 “혹시나 살아서 매몰돼 있을지 모르는 학생이 있을까 싶어 혼신의 힘을 다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적십자 봉사단원들도 밤새 뜨거운 음료와 간식 거리를 준비해 구조활동에 여념없는 119 구조대원들의 꽁꽁 언 몸을 녹여줬다. 또 이따금 사고 소식을 접한 인근 마을 주민들은 현장을 둘러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0대의 한 주민은 “뭐라도 좀 도와줄 게 있을까 싶어 왔는데 별 도움은 안 되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린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고 현장은 밤새 내린 눈이 날이 밝은 뒤에도 이어지면서 전날 밤의 참혹했던 기억을 지우려는 듯 점점 하얀 눈에 덮여갔다.

경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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