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사실상 ‘제자리걸음’…저성장 초입 '4만달러'까지 험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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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사실상 ‘제자리걸음’…저성장 초입 '4만달러'까지 험로 예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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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답보에 원화 불확실성…3.5만달러 2년째 하회
尹정부 내 '4만달러' 달성 멀어져..."인구감소 착시도"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천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여전히 정체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쇼핑 거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천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여전히 정체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쇼핑 거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년 만에 대만을 다시 앞섰지만 기존 고지인 3만5000달러 선은 2년 연속 밑돌았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도달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 협의회'에서 "윤석열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7년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비전을 (경제정책에) 담아 경제 운용에 가장 방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국제연합(UN)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세계 40위였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소득만 놓고 보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저출산·고령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져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로 2022년(3만2886달러)보다 2.6%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늘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앞서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인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를 돌파했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지만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04달러)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2021년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2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후퇴했고 다시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인당 GNI는 2022년에 비하면 반등했지만 기존 최고점이었던 2년 전 3만500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5.3% 축소된 수치다.

지난해 1인당 GNI가 반등한 건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이 1조7131억달러로 1년 전보다 2.4% 성장하고 2022년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을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평균 원/달러 환율(1305.4원)은 전년 대비 1% 상승했다. 2022년 상승률(12.9%)보다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그만큼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2022년에 비해 덜해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번 국민소득 반등을 원화 약세가 제한적이었던 지난해 외환·금융시장 상황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2022년 1인당 국민소득 면에서 20년 만에 추월을 허용했던 대만(3만3299달러)을 이번에 1년 만에 다시 역전했는데, 이는 대만의 국민소득 자체는 우리보다 가파르게 성장했지만(대만 3.9%, 한국 3.7%) 대만의 통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욱 떨어졌던 영향(대만 -4.5%, 한국 -1.1%)이 컸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번에 대만을 제친 것은 '환율 효과'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이 같은 국민소득 재역전을 가리켜 "대만 통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우리나라는 안정세를 나타낸 영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도 저성장 기조와 원화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삼은 '임기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까진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인당 4만 달러 시대를 맞아도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보다 '인구 감소'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말인 2027년까지 1인당 GNI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극복할 과제가 많다.

가장 먼저 성장 동력 저하가 발목을 잡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형 경제 위기를 제외하곤 최저 수준인 1.4% 성장률을 보였고 올해는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잠재 성장률 2%를 간신히 웃도는 '저성장 초입' 단계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경제 성장률은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는 미래에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의 앞선 연구에 따르면 205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 확률이 68%에 달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해도 국민의 실질적인 삶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인당 GNI 상승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단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2024년 및 중기 경제전망 시리즈' 보고서에서 올해 1인당 GNI가 2022년 대비 1645달러 오른 3만3900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평균 5.6% 상승해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에는 4만 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1인당 GNI 증가는 2023~2027년 총인구가 연평균 0.14% 자연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이에 1인당 GNI 증가율이 전체 GNI 증가율(연평균 4.3%)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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