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주도 포기… 건설업계, 올해 더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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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수주도 포기… 건설업계, 올해 더 '신중모드'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3.0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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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은 대세… 작년 수의계약 비중 81%
수주전 승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실정
최근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한 재건축 단지 전경.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시공 원가 상승과 업황 침체로 노른자 정비 사업지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노른자위 땅인 강남 정비사업도 시공사 선정 입찰이 잇달아 유찰되는가 하면 단독 응찰로 무혈 입성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지(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57곳 중 81%(46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도시·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이 단독 입찰하면 1차례 유찰 후 2회차부터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정비사업 수의계약 비율은 금리가 치솟고 시공비 조달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 2022년 60%에 육박한 뒤, 1년 만에 80%를 넘어섰다. 

올해는 연초부터 강남 3구와 동작구 등 과거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에서도 단독 입찰 또는 미응찰로 유찰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강남 개포주공5단지(대우건설 단독 ·유찰 유력) △송파 가락삼익맨숀(무응찰) △서초 신반포27차(무응찰) △잠실우성4차(무응찰) △노량진1구역(포스코이앤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유찰사례는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조합)와 시공사간 견해차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조합이 먼저 공사비를 상향 조정해 재입찰 공고에 나서는 분위기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마포로1-10지구 재개발조합은 앞선 1차 입찰에서 무응찰로 유찰된 뒤, 지난달 말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에선 3.3㎡당 공사비를 기존보다(13%) 올린 1050만원에 제안했다. 또 입찰보증금은 기존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내렸다.

이 밖에도 △송파 잠실우성4차(3.3㎡당 760만원→810만원) △신반포27차(908만원→958만원) △노량진1구역(595만원→730만원) 등이 공사비를 증액해 다시 시공사 선정에 나선 상태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무리한 수주 경쟁과 홍보비 지출, 업체간 흠집 내기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특히 특정 정비사업지에 복수의 시공사가 응찰할 경우 홍보관 설치와 간행물 제작 및 배포, 홍보 인력(OS) 비용 등이 무더기로 발생하고 시공비와 금융 지원 혜택 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면밀하게 따져보면 응찰할 만한 현장 자체가 확연히 줄었고 경쟁 입찰이 성사된 사업지에서도 고금리와 자잿값 등을 감안하면 승자가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장이 대부분이 됐다"며 "강남권에서도 상징성이 큰 지역과 여의도 등을 제외하면 치열한 수주 경쟁은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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