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기술유출에도 中企 ‘속수무책’
상태바
계속되는 기술유출에도 中企 ‘속수무책’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3.05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소기업 간 특허심판서 중소기업 패소율 날로 증가세
피해 중소기업 절반은 ‘입증 여력’ 부족해 사후조처 포기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지만, 여전히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지만, 여전히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지만, 여전히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건수는 280건에 이르며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육박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유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9%가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50%는 입증 여력 부족으로 사후조처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사정도 열악하다. 2018년도부터 2021년도까지 4년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당사자계 특허심판 현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50%, 60%, 71.5%, 75%로 늘었다. 2011년부터 진행된 손해배상소송에서 중소기업이 승소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 경찰에서 송치한 기술유출사건 243건 중 해외 기술유출사건은 29건(12%)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건에서는 피해기업의 87%가 중소기업이었다. 해외 유출사건 29건 중 대기업 비중은 52%(15건)을 차지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지식재산권을 등록한 중소기업의 약 15% 정도가 지식재산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언급된 영향은 매출액 감소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40%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시장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원 등이 부족한 탓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기술탈취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섰지만, 즉각적으로 실효성을 기대할 만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쟁사로의 기술유출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부 법안은 개선이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 공포했다. 개정법에서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부당하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수급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기존 법에서는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돼 있었다. 해당 법은 8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특허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 법은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강화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일본은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다. 기술 보호에 특별히 힘쓰고 있는 미국 역시 특허 침해는 최대 3배, 영업비밀 침해는 최대 2배까지만 징벌 배상을 하고 있다.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이 가능한 국가로는 현재까지 중국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특허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 아이디어 탈취가 포함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행법 역시 특허권과 영업비밀 침해 행위, 기술 거래 과정의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침해 사실 입증이 쉽지 않고 침해를 입증하더라도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허청의 ‘특허 침해 판례분석을 통한 중소벤처기업 침해 소송 대응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의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평균 6억2829만원을 청구했다. 인용액 중간값은 1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 중간값은 65억7000만원이다. 2018년 기준 양국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피해 기업이 소송에서 어렵게 이기더라도, 이처럼 손해 배상액이 충분치 않다면 소송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돼왔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강화한 만큼 기술유출 피해를 본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손해액의 5배 징벌 배상은 해외 국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기출 문제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기술탈취 문제는 자료 입증 과정부터 소송까지 시간과 자원이 많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소규모 기업으로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며 “복잡한 절차를 밟는 데 대한 컨설팅 등 도움이 절실하고,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 대책의 구체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2019년 14건에서 지난해 23건으로 5년간 64% 급증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총 33건에 달한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증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