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메기가 되고 싶은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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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메기가 되고 싶은 그들에게
  • 서효문 기자
  • 승인 2024.03.0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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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문 금융증권부 차장.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대부분의 산업 기술이 미미했던 옛날 ‘혁신적인 방법’을 뜻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잡은 ‘청어’를 “어떻게 하면 싱싱하게 목적지까지 운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던 과거 북유럽 어부들은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운반 수조에 넣어 운반하는 혁신을 선택했다. 이는 청어들이 천적인 메기를 피해 도망 다니느라 죽지 않고 싱싱하게 목적지까지 살아있는 효과를 가져왔고, ‘메기효과(Catfish Effect)’라는 단어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메기’를 꿈꾸는 곳들이 등장했다. 2017년 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과 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꿈꾸는 DGB대구은행이 대표적이다. 

결과론적으로 인터넷 은행들은 금융권의 메기가 됐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청어’를 보유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7년 만에 고객 수 2200만명을 돌파하면서 4대 은행들을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작년과 올해 초 문이 열렸던 ‘신용·주택담보대출 대환시장’에서 카카오뱅크가 가장 빛났던 것은 이를 방증한다.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은행들로 촉발된 메기 효과로 금리 인하 릴레이를 이어갔다. 금융당국은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역시 또 다른 메기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메기효과를 누린 이들이 그 효과를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히 전파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터넷 은행들은 출범 당시 중·저신용자 대상 여신을 확대,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약 7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주창한 포용금융 확대는 성공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작년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카카오뱅크뿐이다. 케이·토스뱅크는 연간 목표치 대비 최대 10% 가량 낮은 실적을 거둔 상황이다.

이는 관련 행보를 시작 DGB대구은행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지난달 7일 금융당국에게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한 DGB대구은행도 “기존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전국의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며 “지역과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되겠다”며 ‘포용금융’ 확대를 해당 행보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물론 포용금융 확대를 주창한 금융사들이 ‘공갈포’를 날리고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이들이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한 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당초 주장한대로 포용금융을 성공적으로 실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은행들의 포용금융 성적표와 별개로 DGB대구은행은 은행권의 판을 흔드는 메기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메기가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보다 위상은 높아지고, 수익은 더 확대될 것이다. 어쩌면 6대 금융지주의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비판적인 시선을 토대로 메기가 되고 싶은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은행권 메기가 되는 것은 좋으나 그들이 누린 효과만큼만 금융소비자들에게 전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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