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전공의… 현장 의료인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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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전공의… 현장 의료인 부담 가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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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공백 해소 위해 컨트롤타워 가동… 실효성 의문
인력 부족에 의료현장 남은 의료인 업무 부담 '한계 상태'
의협 비대위 "사직 전공의, 검경 소환 시 변호사 선임할 것"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중앙수술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중앙수술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사직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사법처리 경고에도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유지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일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한 결과,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에 일부 불편이 있지만 아직 중증·응급 진료체계는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급종합병원 입원·수술은 감소하고 있으나 주로 중등증 이하 환자이며 일부 환자는 다른 종합병원으로 전원 후 협력진료하고 있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증 환자 수도 2월 1일~7일 평균 대비 2월 29일 약 30% 감했다.

정부는 아직 중증·응급 진료체계가 유지 중이라 밝혔지만, 이는 사실 현장에 남은 의료인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다. 의료 현장에서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 몇몇과 그리고 간호사 등이 최대한 환자들을 돌보며 업무 부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시위 현장에 개원의 단체가 참여하면서, 상급 종합 병원 외 일반 병원까지 집단행동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가운데, 주요 수련병원에선 새로 들어오거나 계약할 인턴 및 전공의들이 통째로 사라진 상황이 벌어졌다. 보통 전공의·전임의는 2월 말에 재계약을 맺고 근무하며, 의대 졸업자들도 2월 말에 수련병원에 임용돼 신규 전공의가 된다. 그런데 현재 의대증원 문제로 재계약을 맺어야 할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한 상황이다.

정부는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발생 가능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며,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8일엔 이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했다.

보완대책에 따라, 응급환자 전원 컨트롤타워인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오늘부터 운영한다.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은 전국을 4개 광역(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으로 구분하고 환자의 중증도, 병원의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여 해당 광역 내에서 전원 수용 병원을 선정한다.

그러나 이 정책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 대형 병원에서도 사직 전공의가 무더기로 나와 중증 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본격적인 전공의의 업무 중단이 20일엔 현장에 남은 의료인의 체력 한계가 오는 시기는 3주 뒤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주로 3주차에 접어든 만큼, 실제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가운데, 의사 단체는 의대증원이 철폐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태다. 4일 정부가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를 대상으로 사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같은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만약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이 들어가면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며 "검경에 소환된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동행토록 할 것이다. 전공의가 면허정지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을 입는다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도울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은 지난 3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필수의표 패키지에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본래 이날은 사직 전공의에 대한 처벌 없는 복귀가 가능한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유선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2월 29일 17시 기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71명이다. 앞서 복귀한 전공의를 합치면 누적 565명이다. 같은 날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서 이탈한 소속 전공의 수가 8945명임을 고려하면, 8000명이 넘는 의료인이 현장을 비운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어떤 방안을 고안하든, 일선 병원엔 의료인력이 부족해 3월부터 의료대란은 현실화 될 예정이다. 현재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10명 중 7명이다. 만약 정부가 경고한대로 이들에게 면허취소 처분을 내린다면,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들이 없어지는 셈이다. 별다른 처분이 없더라도,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공백은 계속 유지된다.

국민들과 밀접한 개원의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궐기대회엔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참석해 개원의로써의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서울에서 관련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원가 이하의 의료를 정상화 하고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와 관련된 처리 특례법 등이 해결되면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넘쳐날 것이다. 자신이 전공한 과목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현 시점의 문제”라며, 개원가 필수의료 소멸에 대한 현안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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