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신청 2000명 넘어설 듯… 의대 내부 갈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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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신청 2000명 넘어설 듯… 의대 내부 갈등 커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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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한 내 제출 안 한 대학 의대 정원, 임의로 늘려주지 않을 것”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학생이 의대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요청한 학생 정원 신청 기간이 4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증원 신청 총규모가 2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까지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를 마감하고 공문을 보낸 대학만을 대상으로 2000명 정원을 의대에 배분할 방침이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대학들의 수요 신청 규모에 대해 "지난해 수요조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된 수요 결과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수준이다. 해당 조사는 이날 24시까지 접수할 예정이며,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지 다음날(5일) 오전에 밝힐 것이라 설명했다.

해당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측한 수요인 2000명을 넘긴 수치다. 학생 수가 부족한 지방 의대에서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 대학들은 수요 제출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박 실장은 "지난달 29일까지 접수된 데가 거의 없었고, 오늘 24시까지 접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마감 기한을 넘기면 증원이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일부 의대는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기한 연기를 요구하는 한편, 학생 수가 부족한 의대는 증원에 적극적이라 의료계 내부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2일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를 3월 4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 정보를 통해 2000명에 대한 배분 작업에 착수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의대와 의료 단체는 수요 신청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 단체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각 의대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무리하게' 제출했다고 시인하면서 재고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최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정부는 의대 교수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며 “실질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 설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선 해당 문제를 총선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증원이 적용되는 2025학년도의 학기가 3월 시작됐기 때문에, 대입 전형이 미뤄지면 수험생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교육부는 매년 4월 말에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해 왔으며, 대학들도 이에 맞춰 5월 중 대입 전형을 발표한다.

이에 교육부는 기한 내에 신청하지 않은 대학의 의대 정원을 임의로 늘려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지난달 29일엔 또 한 번 공문을 보내 각 의대에 수요 조사를 기한 내 제출하라고 재촉했다.

이 가운데 지방 대학 의대는 증원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울산대는 현재 40명인 의대 정원을 120∼150명으로 200∼275%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국립대는 지난해 교육부 수요조사에서 현재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163% 늘려 달라고 한 바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현재 40명인 정원을 80~100명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더 확실히 누리도록 만들겠다"고 발언해, 지방대학에 역량을 집중할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 대학의 자퇴율이 상승했는데, 의대는 인기 학과인만큼 학생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상황이다. 대학 입장에선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그러나 증원에 적극적인 대학 내부에서도, 재학 중인 의대생의 반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울산대 의대생들은 지난 29일 오연천 대학총장에게 증원신청을 하지말아 달라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 3일에도 각 지방 의대에서 올라온 의대생들이 의대증원 반대구호를 외치며 결집했다.

3일 궐기 대회서 만난 K대 의대생은 “수험생 수도권 편중으로 의대조차도 정원 미달이 나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인원수만 늘리면 기존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 자명하다”며 “이들에 맞춰 질 낮은 수업을 받아야 하는 현재 의대생들을 생각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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