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용산 스타일'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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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용산 스타일' 의대 증원
  • 조석근 기자
  • 승인 2024.03.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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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정경부장
조석근 정경부장

마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난립하는 여론조사 문항을 보는 것 같다. "귀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물론 대부분의 국민은 찬성한다. 2020년 8월 전 정부의 400명 규모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의료계의 태도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매년 2000명, 2035년은 지금보다 1만명 이상으로 의대생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장 2000명이 내년부터 늘어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본과를 합쳐 6년.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과정은 최소 4년이다. 의사 한 명 양성에 최소 10년이 걸린다. 당장 내년부터 새로 증원될 2000명이 제각각 전문의로 활동할 시점은 적어도 2035년 이후다.

대부분의 국민이 궁금증을 느끼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현재 빅5 즉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공통점은? 그 이름처럼 죄다 서울 소재다. 중증질환을 가진 자, 살고자 한다면 도서산간 어디 살든 서울로 모여야 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가.

진료 영역별로 산부인과, 소아과는 현재 도심 지역에서도 급속한 감소 추세다. 인구 감소란 해당 전문의들 입장에서도 시장 소멸을 의미한다. 흉부외과, 신경외과처럼 고난도 외과술을 요구하는 영역은 그 자체로 유지가 어렵다. 가장 절실한 곳들이 창출하는 이익이 하필 가장 적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 문제가 즉시 해결되는가.

정부가 발표하는 구체적 정책사항은 '2025년부터 2000명', '2035년까지 1만명 이상'이라는 증원 목표가 전부다. 말이 '필수의료 패키지'다. 지방대학병원, 그외 거점병원, 나아가 공공의료 인프라를 어떻게 확대할지, 어느 규모로 지원할지 구체적 언급은 들리지 않는다. 이 말을 뒤집으면 정부가 돈을 쓸 구석이 별로 없다. 증원은 의대 입대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이 해결한다. 교육과정은 그 돈을 받는 대학의 몫이다.

연간 2000명 이상 의대생들이 실제 의사로 활동하려면 종합병원 규모 수련병원들도 매년 새로 생겨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실과 정부 입장에선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실이 의료개혁의 핵심은 '의대 증원'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 대통령의 의지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아주 충만하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대통령실과 현 정부의 명료한 논리구조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배터리, 차세대 IT 신산업의 위기도 간단히 해소된다. 각 분야 대학 학과 정원을 4~5배 늘리면 된다. 아니 그것을 발표한 순간부터 우리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적극, 호소하면 된다.

분명한 사실 하나.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 과정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건강권, 생명권이 침해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는 수술을 못 받아서, 응급처치조차 못 받아서 치명적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고소를 하든 그냥 감수하든 억울하면 의사들한테 가서 따지라고 할 것이다.

그게 지난 2년간 일관된 지금 '용산 스타일' 사회적 참사 대처법이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미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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