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 비명-중진 대숙청···빈자리 '친명' 대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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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공천, 비명-중진 대숙청···빈자리 '친명' 대거 투입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3.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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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80% 육박···'친명횡재, 비명횡사' 계속
민주 공천, '이재명 체제 공고화' 의심 증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비이재명(비명)계 및 중진 의원들에 대한 '숙청' 기조가 두드러진다.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는 친명 인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고, 전략선거구에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재명 체제 공고화'를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까지 10차례에 걸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수공천, 경선, 우선추천(전략공천) 여부가 공개된 지역구는 200여 곳으로, 전체 254개 지역구 중 80%에 이른다.

공천 작업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지만, '친명횡재, 비명횡사'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는 "친명계 의원들은 손쉽게 공천받고, 비명계 의원들 공천 배제(컷오프) 당한다"는 정치권 신조어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 문제시 되는 컷오프나, 실질적 컷오프로 평가받는 '평가 하위 20%' 통보는 대부분 비명계 의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4선 중진이자 친문재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홍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선거구'에 포함됐는데, 홍 의원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경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선 노웅래 의원도 서울 마포갑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컷오프됐고, 경기 부천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설훈 의원도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으며 사실상 컷오프됐다. 친명계로 알려진 5선 중진 안민석·변재일 의원도 컷오프를 피하지 못했다. 

비명계를 향한 '컷오프 칼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당권을 다투며 설전을 벌였던 박용진 의원도 '하위 10%'에 들었고, 당내에서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을 조직해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날려 온 윤영찬 의원 또한 같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에게 고언해온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경선도 치르지 못한 채 컷오프당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빈자리를 '친명' 인사들로 채우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영입 인재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과 이동주 의원(비례)을 부평을 경선에 부쳤다. 박 전 차장은 이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입당했고, 이 의원은 친명계로 잘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마포갑에도 영입 인재인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고, 부천을에서는 김기표 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과 서진웅 전 경기도의원이 경선을 치른다.

'경선 득표 30% 감점'이라는 큰 페널티를 안고 경선을 치르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에겐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서울 강북을 현역인 박 의원은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이승훈 전략기획부위원장과 3인 경선을 치른다. 성남중원을 지역구로 둔 윤 의원은 이수진 의원(비례)과 양자 경선을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성남을 지키는 게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친명 득세' 공천 작업에 당 안팎에선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지금 민주당 공천하는 것을 보면 총선 승리가 목적인지, 아니면 이재명 체제 공고화가 목적인지 전혀 분간이 안 간다"며 "이 대표에게 쓴소리했던 의원들은 전부 컷오프되거나 '하위 20%'에 들었는데, 공정한 공천이라는 설명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쇄신을 명분으로 세우기엔 조정식, 정성호, 정청래 등 친명 핵심 중진은 다 단수공천 받았다"며 "지금 상황은 비명계 축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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