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 진화하는데… 건설업 규제·공사비 인상 '겹악재'
상태바
[기획] 위기 진화하는데… 건설업 규제·공사비 인상 '겹악재'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3.0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자재·인건비 고공행진··· 분양 침체 '돈줄' 뚝
PF 심사·스트레스 DRS··· 기업·수요자 동반 위축
건설사들이 갈수록 더해지는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시공 현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
건설사들이 갈수록 더해지는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시공 현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오죽하면 들어오는 일감도 안 한다고 마다하겠느냐." 숱한 악재에 지친 모 건설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건설업계의 자체 재무개선 노력에도 고공 행진하는 고금리와 수년째 치솟는 공사비 등 겹악재로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3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기준 공사비 지수는 153.26으로, 3년 전인 2020년 12월(121.80)보다 31.46%p 올랐다. 동기간 소비자 물가지수(통계청 집계)가 100.33에서 112.71로 12.38%p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공사 원가가 얼마나 치솟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기간 기초 자잿값과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서 건설 핵심 자재인 시멘트 가격과 철근값이 20~30%가량 뛰었고, 인건비와 현장 중장비 임차료도 잇달아 올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톤(t)당 7만8800원이던 7개 시멘트사 평균 가격은 지난해 기준 11만2000원으로 3년 사이에 42.1% 급등했고 지난달에도 추가 인상분이 반영됐다. 철근 원가(e-나라지표 동향)는 2020년 하반기까지 톤당 670달러였지만 이듬해부터 치솟기 시작해 현재 10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한건설설협회 집계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적용되는 일반공사직의 하루 평균 임금은 25만8359원이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19만7897원)보다 30.6% 오른 액수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단가가 크게 올랐고 이후 임금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환경규제 강화도 건설사에는 큰 부담이다. 올해부터는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층간소음) 검사에서 기준치인 49dB(데시벨) 이하를 충족하지 못한 신축 아파트는 관할 지자체가 준공 승인을 보류할 수 있고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이 의무화된다.

윤석열 정부 공약집에 실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ZEB·Zero Energy Building)의 경우,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모든 단지에 태양광·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률 20~40% 수준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공사비는 기존보다 4~8%(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이 제도는 건설경기 침체로 1년간 유예돼 내년부터 의무화된다.

공사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건설업 부실에 따른 연쇄 도산 우려로 금융권에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고, 기업들의 신용등급 줄강등으로 조달 금리마저 치솟고 있다.

수요자 측면에선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으로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또 주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가산금리를 지난달 말부터 0.1~0.3p씩 상향 조정하면서 청약·매매 유입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장의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수주는 거의 사라졌고 올해부터는 응찰 건설사가 없어서 유찰되는 현장도 급증할 것"이라며 "기성 유지와 인력 회전을 위해선 현장을 돌려야 하지만 돈도 안 되는데 무턱대고 수주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물가와 저성장, 금융여건 등 악재가 많아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된다"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과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증액 및 조기 집행 부분은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