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컴북스이론총서 『로절린드 크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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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컴북스이론총서 『로절린드 크라우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2.29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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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샹의 변기는 대체 무얼 말하려는 걸까?
- 현대미술의 본질을 파헤치는 '철학적 미술 비평가'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원칙·관습에 대한 무분별한 거부와 정치적 구호의 남발 속에서 예술은 자신의 본질을 망각하고 갈수록 관객과 동떨어졌다.

‘철학적 미술 비평가’ 로절린드 크라우스는 이러한 상황에 “성전”을 선포하고 예술의 활로를 모색한다. 조각부터 디지털 미디어 아트에 이르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예술의 의도와 욕망 그리고 내적 본질을 묻는 크라우스의 탐색은 관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며 현대미술을 전례 없이 흥미로운 비평의 대상으로 만들어 간다.

크라우스의 비평은 당대의 새로운 담론들 안에서 스스로를 쉼 없이 쇄신해 왔다. 초반에는 매체의 물질성에 편중했던 모던 미술 비평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던 미술의 분열적 작업들을 다양하고 충만한 해석으로 재평가했다.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실천의 구조적 질서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포스트모던 미술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지우고 ‘모든 것은 예술이다’라는 공허한 구호에 빠지자 모더니즘으로 되돌아가 그 속에 억압된 욕망과 모순을 불러낸다. 이렇듯 크라우스는 예술의 본질을 매체에 누적된 역사와 규칙에서 찾으며 예술이 제공하는 전율과 즐거움을 되찾으려 한다.

이 책은 구조주의와 현상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크라우스의 복합적인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알기 쉽게 정리한다. 크라우스가 구조주의의 ‘기호사각형’이나 자크 라캉의 ‘L 도식’, 조르주 바타유의 ‘분변학’ 등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했는지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아울러 오귀스트 로댕, 잭슨 폴록, 마르셀 뒤샹, 피트 몬드리안 등 이름은 친숙하지만 작품은 난해한 작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게 한다.

로절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 1941∼ )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미술사학과의 교수이자 미술비평가다. 1976년 저명한 비평지 ≪옥토버(October)≫를 공동 창간했으며 수십 년간 현대미술 담론을 주도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현대 조각의 흐름(Passages in Modern Sculpture)≫(1977), ≪아방가르드의 독창성 그리고 다른 모더니즘의 신화들(The Originality of the Avant-Garde and Other Modernist Myths)≫(1985), ≪시각적 무의식(The Optical Unconscious)≫(1994), ≪비정형(Formless)≫(1997), ≪북해에서의 항해(A Voyage on the North Sea)≫(1999), ≪영구적 재고 목록(Perpetual Inventory)≫(2010), ≪언더 블루 컵(Under Blue Cup)≫(2011) 등이 있다. 각 저술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현대미술의 변화와 발전을 해설하는 가장 정교한 이론적 공헌으로 평가된다.

지은이 최종철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현대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매체 미술로 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언더 블루 컵≫(2023)을 번역했으며, 포스트미디엄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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