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엇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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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무엇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인가
  • 안광석 기자
  • 승인 2024.02.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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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건설사회부장.
안광석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전면 해제하겠다고 한다.

정부 발표대로 그린벨트 해제 목적이 순수히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논의해야 함은 지당하다. 남북통일이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이듯, 그린벨트 해제 또한 저출산과 농업의 자본집약화를 감안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고민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가 목적에 충실하게, 혹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세계적 트렌드인 환경보전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개발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21년 초 하남시에 배정됐던 그린벨트 해제 총량 330만㎡를 전량 회수했다. 하남시가 추진해온 첨단문화복합단지 도시개발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등급 강화로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현재로 돌아와서 정부는 이번에 원칙적으로 개발이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경우에 따라서는 풀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오는 2030년까지 자연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30%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국무의결을 거쳐 수립한 상태다.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한 시점에서 불과 3개월 전이다.

환경보전과 지역개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린벨트 해제와는 결이 다르기는 하다만 앞서 공론화된 메가시티 구상은 지방경제 활성화보다는 고질적 수도권 집중현상을 부추기는 정책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린벨트 해제 또한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정부 입장을 믿기에는 정책 일관성과 방향성이 의심된다.

본래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이번 정부 발표만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전국산업단지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분양률이 90% 미만인 산단은 전국 121곳에 달한다. 이미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부지도 활용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불황 등 외부변수라도 닥치면 대응책은? 치밀한 계획 없이는 결국 노는 산단만 더 늘리는 꼴 밖에 안 된다.

지난 50년간 역대 정권들이 검토해온 그린벨트 해제의 목적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산업단지 건설 등 대형 개발사업을 유치해 지방경제를 활성화 하자는 것으로 기존과는 차이점이 있다.

금단의 영역인 1·2등급지까지 개발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그린벨트제도 자체에 도전장을 던짐과 동시에 반세기만의 최초의 시도다.

그럼에도 정부는 환경문제를 넘어 땅값과 재산권, 식량안보 문제 등 무수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 의견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여론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 우려된다는 뜻이다.

너무 남발돼 이제는 식상한 선거용 포퓰리즘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네 소시민들은 정부가 어떤 큰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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