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완화 효과 사라진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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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완화 효과 사라진 부동산 시장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4.02.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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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부동산 시장에서 규제완화라는 정책 효과가 사라졌다. 정부는 올해 시작과 함께 1·10대책을 발표했다. 준공 30년 넘은 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완화와 빌라·오피스텔과 같은 비(非)아파트에 대한 세금 감면이 핵심인 대책이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업계에서도 침체한 주택 시장이 즉각 반등할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1·10대책은 공급에 초점을 맞춰져 있지만 지금은 수요를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 거래 위축과 매매가 하락 등 시장 환경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 시점 이전까지는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 부담이 확대돼 하락장이 예상되기도 한다.

1·10 정책 발표 후 시장 참여자들은 예전과 달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건축 시장에서 안전진단 완화가 화두였지만 이는 재건축 초기단계의 걸림돌을 제거한 것일 뿐이다. 규제 완화 내용처럼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선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당분간 재건축 조합에선 기존 절차를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기조가 대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금리와 부동산PF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효과가 미비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정책의 신뢰성이다.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대책이 많아서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재건축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시점까지 법안 발의도 안 된 상황이다.

실제로 1·10대책의 79개 세부 과제 중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과제는 총 46개다. 한마디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가 미지수다.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을 통과해야 하는 ‘단기등록임대 복원’ 등 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혹은 22대 국회가 열리는 6월 이후에 추진 가능하지만 이 또한 선거 결과에 달렸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도 단순히 정부의 정책 발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거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은 쏟아졌다. 정부의 약속을 무턱대고 믿기에는 그동안 학습 효과로 인해 미덥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실거주의무 폐지를 공언하면서 약속을 믿고 분양 받았던 실수요자들은 정책 통과가 미뤄지면서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10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약속과 달리 조삼모사로 끝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민들로부터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는 순간 부동산 시장의 성패는 결정된다. 희망고문이 아닌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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