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기미 없는 의료대란… 의료계 내분 조짐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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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기미 없는 의료대란… 의료계 내분 조짐도 감지
  • 이용 기자
  • 승인 2024.0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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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집단행동 일주일만에 사직 전공의 1만명 돌파
서울의대 비대위, 의정 간 대화 촉구
“의협, 의료계 모두를 대표할 수 없어” 회의론 제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며,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1만명을 돌파했다. 지역사회에서 환자 이송 지연 문제로 환자가 사망하고, 후배 의사들까지 면직 위기에 몰리자 의대 교수 단체가 의정 갈등 중재에 나섰다.

2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속 전공의의 72.3%인 9006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 피해사례는 총 38건이며, 수술 지연 31건, 진료거절 3건, 진료예약 취소 2건, 입원 지연 2건으로 나타났다.

집단행동 첫날인 19일엔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했는데, 불과 7일 만에 약 4000명이 추가로 사직 행렬에 동참하며 의료공백이 현실화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이송 지연으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12시쯤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53분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도착 10여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 부재 및 병상 문제 등으로 7곳 병원에서 진료 불가 통보를 받아 이송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서로 타협할 수 없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의대 교수진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오전 7시 30분부터 전공의들과 회동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정부를 향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선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의정 간 대화를 주문했다.

또 의대 증원 수요 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대학 총장들을 저격했다. 정진행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회동 종료 후 "내부에서 의대 증원 수요조사 시 규모를 부풀린 총장들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총장들도 책임져라"고 말했다.

전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이번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 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 및 전국 각지의 의사단체가 바로 하루 전인 25일 모여 "모든 적법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결의한 것과는 달리 다소 전향적인 분위기다.

정부는 의협이 전공의들의 사직을 종용한다며 비판하고,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시한을 오는 29일까지로 못 박았다. 의료인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할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 및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의협 측은 당초 10일로 예정된 총궐기대회를 내달 3일로 앞당겨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의료 투쟁의 전열이 정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사직 전공의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포함해 후배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후배 의사와 의대생 사이에선, 의료계 선배들의 집단행동에 마지못해 동조하는 기류가 흐른다. K대학병원 의사는 “뉴스를 잘 안 봐서 어떤 상황인지도 잘 모르는데, 선배와 동기들이 갑자기 사직서를 쓰라고 하더라. 워낙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이라 ‘나만 안 쓰면 큰일 나겠다’ 싶어 분위기에 휩쓸려 쓰게 됐다”며 “선배들은 아무 일 없을 거라 말해줬지만, 이러다 정말 면허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대생도 집단행동에 합류하겠단 의사를 밝혔었지만, 실제로 휴학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22일 22시 기준 총 12개 대학에서 49명이 휴학을 신청했고, 1개 학교 346명이 휴학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대교수 단체의 움직임이 향후 의료계 내부에서 제동을 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국 의사들은 의사 면허를 받으면 자동으로 의협 소속이 된다. 따라서 의협의 의견이 모든 의사를 대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의대 교수들이 의협의 강경 대응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향후 의협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일부 의료인들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현재 의료대란의 피해는 모두 중증·난치성 환자에 돌아가고 내달이 되면 의료대란은 재앙으로 바뀐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증원 정책을 멈추고, 의사단체는 가두시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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