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남·여의도 토허제 해제 시 '투기판' 변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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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남·여의도 토허제 해제 시 '투기판' 변질 우려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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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대상지 개발호재 여전…"해제 명분·논리 부족"
일각, 희소가치 상승 역효과… 실효성 결여 등 견해도
오는 4월부터 발표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연장 여부를 놓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 수정아파트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권한일 기자
서울 여의도동 수정아파트 전경.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부동산을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의 유입을 막기 위해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토허제)가 전격 해제될 경우 입지적 장점과 개발호재가 맞물린 서울 시내 주요 노른자위 땅들이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재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규제가 해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국토부로부터 토허제 대상지로 지정된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1~2가(4월 26일까지) △강남구 청담동·삼성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6월 15일까지) △용산구 이촌동·한강로1~3가·용산동3가(5월 19일까지)를 비롯해 각지에 산재한 공공재개발 후보지·신속통합기획 선정지 등이다.

이들 지역은 재건축·택지개발·전략정비 등 대규모 개발호재로 인한 투기세력의 유입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등 외부변수 시 투기세력 유입이 확실하고, 현재로서는 규제를 해제할 명분도 없다며 토허제 구역 기간 재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강로 소재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계획을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공원 개방 등 일대에 굵직한 호재들로 인해 투자하겠다는 연락은 아직도 많다"면서 "이들은 자금은 충분하지만 토허제에 가로막혀 있어, 규제가 풀리면 투자세력 진입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허제 해제는 현재 시장 상황상 맞지 않고 가(假)수요 유입 가능성도 열려 있어 풀 수 있는 명분과 논리가 부족하다"며 "서울시가 만약 해제를 강행했다면 주택시장 여건이 더 안좋았던 작년에 풀었어야 하는 게 차라리 맞다"고 분석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토허제는 실거주자와 가수요를 구분 짓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고,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도 심하게 빠진 게 아니기 때문에 해제는 불필요하다"면서 "투기세력에 의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 요구가 과연 국민적인 정서에 맞는지, 현재 주택시장에 도움이 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토허제 적용 지역 주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 위축에 따른 시장 왜곡과 토허제 대상이 아닌 인접한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물량 감소에 따른 희소가치 역상승 등 실효성과 부작용을 내세워 토허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제는 주택가격 안정화와 무관하고 오히려 거래가 가능한 물량을 줄이고 희소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시장에선 '주택거래허가제'로 불릴 정도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토허제는 현 시장 상황과 맞지 않고 왜곡돼 운영되는 등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원활한 부동산 시장 흐름을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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