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로 '56년 만에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 씨가 선정됐다. 특별상에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대령과 동성부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인정을 위해 소송을 진행했던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선정됐다.
21일 노회찬재단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서울 중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최말자 씨의 노회찬상 수상 선정 배경으로 "(최 씨의 성폭력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와 대법원 역사에 남을 성폭력과 정당방위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다. 잘못된 판결의 당사자로 '56년 만의 미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렸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최 씨의 투쟁이 "여성의 방어권과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와 재심 개시요건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최 씨는 "약자와 함께하고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많은 시민이 함께 하는 제5회 노회찬상을 받을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며 "우리 사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재심 개시에 힘을 실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후손 중 나와 같은 피해자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우리 헌법에 맞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열고 여성이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게 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지난 1964년 성폭행에 저항하다 남성의 혀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중상해죄로 기소돼 최종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56년이 지난 2020년 재심을 청구하며 여성 인권 운동가로 활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대법원은 재심 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재단은 특별상 수상자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을 한 박 대령은 난데없이 국방부에 의해 군형법의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며 "바위처럼 깨기 힘든 단단한 현실에 정의와 용기로 부딪혔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었고 해병정신을 보여 줬다"고 수상 계기를 설명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수해 복구 과정에서 숨진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장으로서 조사하다, 지휘관의 책임 덮으려는 외압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군검찰에 의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특별상 수상자인 김용민·소성욱 부부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항소심 승소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를 공적(公的)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노회찬재단은 항상 소수자의 손을 잡았던 노회찬 의원의 정신과 실천을 이어받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권리가 확보될 때까지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수상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지난 2020년 사실혼 관계로 건보공단으로부터 소 씨가 김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지만, 건보공단이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자격 취득을 무효로 하며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