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플레·디플레 뒤섞인 ‘글로벌 카오스’…산업계, 해외조직·투자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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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플레·디플레 뒤섞인 ‘글로벌 카오스’…산업계, 해외조직·투자 재정비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4.02.2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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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월 CPI 반등에 인플레 우려…中 GDP디플레이터 3분기 연속 하락
삼성, 해외전략조직 총괄에 ‘미국통’…美반도체법 보조지원금 발표 촉각
SK, 투자조직 재정비·美반도체 투자 가속…현대차, 美·인도 공략 가속화
LG, 현대차합작사에 ‘북미전문가’ 영입…한화, 美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
국내 산업계가 해외조직 및 투자전략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국내 산업계가 해외조직 및 투자전략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해외조직 및 투자전략을 재정비해 효율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세계 경제가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다. 세계 경제를 하나로 연결한 ‘자유무역주의’에서 디커플링을 가속화하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이러한 ‘혼돈(카오스)’은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시장 및 투자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최근 ‘G2’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대비 상승률은 시장전망치(2.9%)를 상회한 3.1%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꺾이고 반등한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물가를 측정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이다. 결국 중국은 이날 기준금리 인하 강수를 뒀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상황과 정반대다.

글로벌 경제의 디커플링은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가 보이는 것이다. 일례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미국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전략도 이러한 경향을 따라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인도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취하는 반면 침체된 중국의 경우 보수적인 태도로 기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외교통상부 출신 김원경 Global Public Affairs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외교통상부 한미FTA기획단 협상총괄팀장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도 지낸 ‘미국통’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2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의 구체적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에 2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향후 6~8주 이내에 여러 추가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그룹은 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모두 SK㈜로 이관했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겼다.

이런 가운데도 미국 반도체 투자는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 아메리카(SK HNA)’를 출범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미주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에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하는 HNA를 신설했다. HNA는 70명의 반도체 전문 개발자로 구성됐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패키징 공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주로 생산해 미국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준공 시점을 기존 2025년 상반기에서 1년가량 단축하는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최대한 빠르게 수령해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250억~300억달러(33조~4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뒤 주식 일부를 상장해 약 30억달러(4조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연산 13만대인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했다.

LG그룹과 한화그룹도 미국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북미 전문가’ 이연모 전 LG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LGESHG(LG에너지솔루션현대차조지아주)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LG엔솔은 북미 배터리 현지 공장을 축으로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을 노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총 12기가와트(GW) 규모 장기 태양광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3조2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통합 밸류체인 구축 프로젝트 ‘솔라 허브’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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