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인화號’ 포스코는 흔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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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인화號’ 포스코는 흔들지 말아야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4.02.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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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장인화 전(前) 포스코 사장이 다음달 2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장 전 사장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되기까지 순탄치 않았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나온 외풍(外風) 때문이다. 이러한 외풍을 지원사격하는 근거들은 참으로 모호하다.

일단 순혈주의 논쟁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포스코 출신과 비(非)포스코 출신의 대결 구도다. 즉, 포스코 외부 출신 회장이 내부 혁신을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골자다. 여기에는 ‘순혈주의는 나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포스코 출신 회장이 포스코그룹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과연 포스코그룹은 망가졌나? 기업을 평가할 때 여러 지표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은 실적이다. 과거 재계 6-7위쯤 머물던 포스코그룹은 현재 재계 5위로 올라섰다. 포트폴리오도 기존의 철강에 배터리 소재·원료, 수소 등 친환경 미래 신사업으로 확대됐다. 양적·질적 성장에서 모두 괄목한 성과다. 이 성과는 권오준·최정우 등 ‘포스코맨’ 회장들이 10년 이상 이끈 것과 무관치 않다.

또 다른 것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착각이다. 포스코그룹이 어찌 주인이 없나? 엄연히 주주가 주인이고, 회사 구성원들도 주인이다. 특정 성씨(姓氏)를 가진 개인이나 가문이 대주주가 아니면 주인이 없다는 논리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주인 없는 회사’에서 끼어든 것이 관치(官治)다. 관치의 정당성은 우리나라의 시장경제·자본주의와도 어색해 보인다. 지금은 정부의 경제정책 역할을 사실상 외면한 고전경제학과 달리 수정자본주의(케인지언) 시대다. 케인지언이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는 고전경제학의 아름다운 균형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官)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을 좌우지하려는 행태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Authoritarian regimes)에서 자주 보인다.

자유시장경제와 결합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관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민들의 요구가 있을 때나 예외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상식이다. 포스코가 공공의 이익을 해칠 정도로 기업이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다.

앞으로 포스코그룹을 이끌 장 전 사장은 1994년을 시작으로 30년간 포스코와 연을 맺은 인사다. MIT 해양공학 박사 출신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장부터 신사업실장,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기술투자본부장(CTO), 철강생산본부장까지 기술연구·마케팅·신사업 관련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18년에는 포스코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해 그룹의 철강부문 전체를 총괄한 경험도 가졌다. 사내에서는 인자하고 넉넉한 품성의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덕장형 리더라는 평가다.

장인화 체제의 포스코그룹을 외부에서 흔들 이유는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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