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쇼핑업계, 보릿고개 넘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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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쇼핑업계, 보릿고개 넘을 수 있나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4.02.1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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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자임하던 TV홈쇼핑 업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제는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가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현실이 기업의 양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모습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1% 하락한 6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코로나 대유행 시절인 2020년(1792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빠진 것이다. 동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3% 떨어진 1조3378억원이다.

GS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3% 하락했다. 그나마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도 나오지만, 동기간 매출은 8.7% 하락한 1조1311억원이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43억원, 44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0.2%나 뚝 떨어졌다.

롯데홈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6%, 89.4% 줄어든 9416억원과 83억원이다. 타사 보다 실적 낙폭이 두드러진 데에는 방송법 위반에 따른 제재로 6개월간 새벽 방송을 진행하지 못한 점이 컸다.

이번 실적 악화는 다양한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외부활동 활성화로 오프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나고,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인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지속적인 TV 시청자 수 감소도 기업 경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계 핵심 소비층인 4060세대의 TV 이탈 현상이 도드라진다. 2018~2022년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를 꼽은 비율은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 등으로 대폭 떨어졌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업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단연 채널 자릿세로 불리는 송출수수료일 것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기업이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내는 비용이다.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중에도 송출수수료는 연평균 8.2%씩 올랐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2022년 65.7%까지 불어났다.

송출수수료 계약은 통상적으로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올해분 송출수수료 협상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홈쇼핑업계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직면했고 유로방송사업자 역시 가입자 이탈로 고심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나 에누리도 허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건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적극 나서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 기준을 세워야 할 타이밍이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가 모두 충족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대안책까지 꾀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홈쇼핑 산업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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