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대정신'은 발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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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대정신'은 발견되는 것이다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4.02.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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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띄우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면 '동료시민'과 '운동권 청산'이다. 이 가운데 '운동권 청산'은 심지어 '시대정신'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이를 더불어민주당을 때리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류 정치인들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점을 들어 이들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그냥 운동권이 아니라 '부패한' 운동권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통해 공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부패한 주류 기득권으로 청산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지금 정치와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피라미드의 정점을 이루며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세대가 운동권으로 불리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것은 맞다. 사회 발전 과정에서 산업화 세대 이후 국가를 움직이는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들이 기득권인 것도 맞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정신이 정말 '운동권 청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한 비대위원장의 생각이고 바람이다. 독일어 'Zeitgeist'에서 유래한 시대정신은 독일 관념론 철학자 헤겔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헤겔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명명했다.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이 시대정신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해야 한다.

헤겔은 1806년 자신이 살았던 예나(Jena)에 입성한 나폴레옹을 보고 '새로운 시대정신이 나타났다'고 봤다. 훗날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시 헤겔은 나폴레옹을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대정신인 '자유 의식의 확장'을 구현할 인물로 봤다. 이처럼 시대정신은 결국 이미 우리 옆에 와있는 것이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지나가는 운동권 정치인을 향해 "청산 대상이다"고 아무리 외쳐도 결정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누가 봐도 '민생'이다. 국민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통에 빠진 국민들 가장 바라는 시대정신이다. 이를 위해 정권도 교체해 준 국민이다. 운동권 청산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 도구일지는 몰라도 그 자체가 시대정신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민생 회복'이라는 진짜 시대정신을 발견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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