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상표권침해 가처분 소송 패소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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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씽크빅, 상표권침해 가처분 소송 패소 이후...
  • 박주연 기자
  • 승인 2009.10.2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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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아이빛’에 그림책의 운명은?
▲ 상표권침해로 가처분 신청을 받은 웅진의 '아이빛 그림책'시리즈.
[매일일보=박주연 기자] 지난 2002년 출판돼 약 7년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한 웅진씽크빅(대표 최봉수, 이하 웅진)의 유아용 그림책 단행본 출판 사업인 ‘아이빛’ 시리즈가 위기에 처했다.

청소년 경제교육전문기업인 ‘아이빛연구소(대표 황선하)’가 자사 상표인 ‘아이빛’을 무단 사용했다며 웅진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침해 가처분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빛연구소는 지난 7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웅진으로부터 ‘아이빛’ 상표에 대한 상표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상표권침해 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8월 25일, 재판부는 웅진이 아이빛연구소의 ‘아이빛’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웅진은 현재 시리즈물로 사용중인 유아용 그림책 사업인 ‘아이빛 그림책 시리즈’를 생산, 판매, 반포, 수출, 전시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 지난 8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웅진이 아이빛연구소의 '아이빛'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아이빛연구소는 “그동안 웅진 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웅진은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피해보상 청구와 상표사용금지 등의 소송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대형 서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웅진의 ‘아이빛 그림책’ 시리즈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며, 웅진 측은 현재까지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아이빛연구소 측 주장이다.

취재결과, 실제로 지난 16일 당초 대표 대형서점인 K문고에는 여전히 웅진의 ‘아이빛 그림책’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었고 일부 대표 인터넷 마켓 역시 ‘가처분 결정’에 대해 전혀 ‘웅진’ 측의 ‘판매중지’ 등의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아이빛연구소 한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에 따라 판매업체에 되려 ‘판매중지’ 공문을 우리(아이빛연구소)쪽에서 보내고는 있지만, 일부 판매업체에서는 ‘웅진 측 요청이 있기 전까지는 (아이빛 시리즈를)계속 판매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합의를 원했지만 웅진 측은 전혀 반응이 없더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나몰라라’ 식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힘 없는 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아니겠냐”며 일침을 가했다.

현재 아이빛연구소는 이번 법원판결과는 별도로 그 동안 ‘아이빛’이란 상표를 사용해 온 웅진 측에 5억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비롯한 민·형사 소송을 진행중이다.

한편, 이와 관련 웅진 측은 법원의 결정일 대비 사후조치가 지연된 것은 인정하지만, 본 사안(상표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의 중요성과 새로운 상표 개발 및 제작 진행 절차 등에 대해 내부적인 의사결정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웅진 홍보실 한 관계자는 “‘아이빛 시리즈’가 몇 년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큼 급작스런 상표의 변경은 고객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내제돼 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현재 우리(웅진) 입장에서도 ‘상표등록 무효 심판’ 등의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이와 관련한 결정에 대해서는 법의 결정을 존중할 방침”이라며 “비록 (아이빛연구소 측의) 가처분소송으로 상표명을 변경하긴 했지만,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책 제목이 아닌 컨텐츠였기 때문에 상표변경을 통한 출판 및 판매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웅진 측에서 지난 15일 교보문고에 보낸 공문.
웅진은 지난 15일 자로 주요 관계사(서점 및 총판)에게 내용 증명을 발송해 ‘아이빛 시리즈’의 판매 중단 요청을 했고, ‘아이빛’ 상표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스티커도 배포했다. 또한 16일부터 제작되는 모든 제품은 ‘아이빛 시리즈’가 아닌, ‘웅진 시리즈’로 출고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책 제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신도림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를 둔 이모(35)씨는 “최근 아이들의 책을 알아보는 중 웅진 ‘아이빛 시리즈’의 상표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며 “지식이 없는 아줌마들 입장에서 대부분의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는데 ‘개인’이라고 해도 웅진 그림책에 ‘아이빛’이라는 상표를 사용하면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니…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책은 마음에 들지만 사야될지 말아야 될지 답답하기만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차라리 이런 부분에 대해 웅진의 속 시원한 답변이나 설명이 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웅진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이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명이 돼 있지 않아 엄마들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웅진의 ‘아이빛 시리즈’의 상표권침해에 따른 고객들의 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후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대형기업 답지 않다’는 비난 또한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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