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헛다리' 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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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헛다리' 짚기
  • 박지성 기자
  • 승인 2024.02.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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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산업부 기자.
박지성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배제다. 정부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덜 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친환경'을 강조하며 '배터리환경계수'를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도입해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보조금을 덜 주기로 했다. 이 내용의 핵심은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할 가치가 클수록 보조금이 더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재활용이 어렵다. 실제 LFP 배터리보다 NCM 배터리가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용 후 회수할 유가금속이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뿐이지만 NCM 배터리는 리튬에 더해 니켈·코발트·망간 등도 있어서다.

재활용 및 친환경을 따지고 든다면 정부의 입장이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기차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장이다. 즉,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LFP 배터리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LFP배터리는 인산과 흔한 재료인 철을 중심으로 제조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NCM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20~30% 가량 짧지만 그만큼 저렴하다.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으로 돌아서기 위해선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 돼야하는데 그 첫 걸음이 '가성비'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특히나 전기차 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성비 전기차 출시는 가뭄에 단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가성비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형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차량은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와 현대자동차의 '코나EV', 기아 '레이EV'가 꼽힌다. 올해는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기아의 'EV5' 등이 LFP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그 길을 가로막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활성화보다 국내 배터리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약점으로 불린다. 아직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LFP 배터리 양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하는 수 없이 중국 배터리업체와 손잡고 LFP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성능을 따지고 보조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 된 후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된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전기차 시장에 악영향을 불러올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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