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기꾼 판치는 SNS…‘계좌묶기’ 피싱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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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기꾼 판치는 SNS…‘계좌묶기’ 피싱의 늪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4.02.1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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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저는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영화평론가 OOO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관한 몇가지 질문에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대답하면 상금 2만원에서 3600만원을 드립니다. 대답하기가 매우 쉽고 영화에 관한 것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국내 거주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라인(LINE) 앱의 알람이다. 통상 한국인들은 카카오톡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LINE으로 연락이 올 경우 외국인들의 연락을 의심하게 된다. 

라인 메시지에서는 영화 관련 설문조사를 한다는 내용의 연락이 왔다. 질문지는 △어떤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가? △어떤 영화콘텐츠에 가장 관심이 있는가? △영화를 보고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등이었다. 5개의 답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객관식 질문지다. 

메시지를 송출한 이들은 누군가에게 송금한 이력을 보여주는 등 계좌번호를 요구한다. 설문에 답하면, 돈을 송금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라인으로 오는 모든 연락을 의심하는 기자에게는 통하지 않는 수법이다. 신분을 증명하라는 요구에 ‘답방담당관’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직급이 적힌 직원증을 사진으로 전송한다. 

이후의 내용을 무시하고 1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메시지가 온다. 같은 질문지와 답해주면 돈을 송금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에는 언론사 직원라고 주장한다. ‘다음’이 아니라 ‘다움’의 직원이라며, 직원카드에는 흔히 웹에서 접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인간의 사진이 삽입됐다. 잠시만 주의 있게 살펴본다면 일반적으로 믿을 수 없는 형태의 직원증이다. 

통상 기업에서는 개인적인 연락처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공개적인 웹사이트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방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사전에 따로 연락을 거친 뒤 비공개 폐쇄 웹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계좌번호) 등을 개인적인 연락처로 주문할 경우 법적 제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개한 사례는 통칭 ‘계좌묶기’라고 불리는 방식을 이용하는 피싱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를 동결시키는 ‘금융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방식이다. 계좌에 돈을 보내 통장 거래가 정지되도록 한 뒤 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한다. 계좌가 정지되면 피해금 환급이 끝날 때까지 약 2~3개월간 입출금 정지 및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한다. 정부가 신속한 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피싱 방식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싱의 피해자는 주위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속해서 피싱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나 보험사 등을 사칭해 보이스피싱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하며, 최근에는 국내 제도를 악용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는 뜻이다. 피싱범은 대개 외국인이다. 필자에게 보내온 문장을 살펴볼 경우, 일반적인 구어체가 아니다. 그들은 일명 ‘번역체’로 대답한다. 

SNS의 영향력은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SNS는 사회 속 그늘이라고 볼 수 있다. 피싱의 새로운 무대가 된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 발생의 인과관계 파악과 분석이 늦는 사람들은 누구나 피해를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역기능이 점점 부각되는 SNS의 역할은 더 이상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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