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행진에도 몸 사리는 은행권...직원·점포수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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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 행진에도 몸 사리는 은행권...직원·점포수 뚝뚝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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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금리인하로 은행 대출총량 늘며 실적 견인"
시중은행 "호실적 단언 시기상조"...위험 관리 방점
시중은행들이 올해도 호실적 행진이 예상되지만, 위험 관리를 위한 몸집 줄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올해도 호실적 행진이 예상되지만, 위험 관리를 위한 몸집 줄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권이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몸집 줄이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 환경을 이유로 ‘위험 관리’를 핵심 경영 과제로 내세우면서다.

금융권 안팎에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은행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지겠지만 대출 총량이 증가해 이자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7조156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한 해의 당기순이익 추정치(16조2345억원)보다 4.8%가량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는 금융지주사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은행권에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대규모 상생금융 시행 △NIM 감소 등 악재에도 실적 향상을 이뤄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 원인으로는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대출 규모 확대, 충당금 적립 부담 완화 등 두 가지가 꼽힌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업권 순익과 비이자이익은 부정적이지만 은행권 이자이익이 실적을 견인한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은행권은 보수적 경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슬림화’를 추진하고 임직원 성과급·퇴직금도 축소하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현실화했고, 이날 발표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위험 관리’가 공통으로 언급됐다”며 “금융사 내부에서도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해 최대 이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주요 금융그룹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부회장직 폐지 △조직 규모 축소 △임원체계 단순화 등 ‘슬림화’에 중점을 뒀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퇴직금·성과급 규모도 축소됐다.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4대 금융그룹 소속 은행들은 1년 전 최대 35~36개월치 임금이었던 희망퇴직금 규모를 최대 31개월치로 줄였다.

임직원 수도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가 1년 전에 비해 소폭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업무 증가와 맞물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직원 수를 줄여나가되 일부 비정규직을 늘려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추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3분기 말 총임직원 수는 7만3008명으로, 2022년 3분기 말(7만3662명)에 비해 0.9% 줄었다.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임직원 수가 많은 국민은행이 1만7252명에서 1만6756명으로 2.9%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은 1만4145명에서 1만3766명으로 2.7%, 농협은행은 1만6190명에서 1만6179명으로 0.1% 각각 줄었다. 반면에 우리은행은 1만3836명에서 1만3850명으로 0.1%, 하나은행은 1만2239명에서 1만2457명으로 1.8% 각각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 자연 감소분에 따라 전체 직원 수가 줄었다"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험 있는 퇴직 직원을 재채용하고 사업다각화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를 경력직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점포 축소도 계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이 국내에 설치한 지점과 출장소는 지난해 3분기 말 3931곳으로, 2022년 3분기 말(4010곳)보다 2.0%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854곳에서 794곳으로 7.0%, 농협은행은 1119곳에서 1107곳으로 1.1% 각각 줄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25곳에서 722곳으로, 714곳에서 711곳으로 0.4%씩 점포를 없앴고, 하나은행도 598곳에서 597곳으로 1곳을 줄였다.

반면 비정규직 직원수는 증가추세다. 5대 은행이 고용한 비정규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8083명으로, 2022년 3분기 말(7733명)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하나은행의 비정규직이 1010명에서 1353명으로 34.0%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2344명에서 2407명으로 2.7%, 우리은행은 669명에서 688명으로 2.8%, 농협은행은 2692명에서 2722명으로 1.1% 각각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1018명에서 913명으로 오히려 10.3% 줄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증가 배경에 대해 "디지털 ICT(정보통신기술)와 연금 부문 등의 전문 인력 수요에 따른 경력직 수시 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을 지점 감사 업무 등을 위해 다시 채용한 경우 비정규직 증가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부서장급 검사역을 영업 현장에 추가 배치하는 등 관련 조직을 재편하면서 관리전담 검사역 중 시간제로 근무하는 형태를 줄이고 전일제 근무 형태가 늘어나 비정규직 숫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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