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비교플랫폼 흥행실패 자초…수수료 현실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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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비교플랫폼 흥행실패 자초…수수료 현실화 시급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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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보험사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사가 챙기는 격
예견된 실패...혁신만 쫓아 졸속 추진 당국 책임론도
보험비교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된 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수수료 문제 등 논란만 커지며 흥행도 실패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보험비교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된 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수수료 문제 등 논란만 커지며 흥행도 실패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통해 모든 자동차보험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흥행은 실패하는 분위기다. 플랫폼에서 받아가는 수수료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탓에,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최대 11개 핀테크사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가장 먼저 오픈한 자동차보험의 경우 7개 핀테크사와 10개 손해보험사가 참여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서비스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올해 내로 ▲실손보험 ▲저축성보험(연금 제외) ▲여행자보험 ▲펫보험 ▲신용보험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달 19일 이후 2주일동안 체결된 개인용 자동차보험 계약건수는 약 2000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CM)채널에서 자동차보험 갱신이 주 평균 14만 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온라인 판매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처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보험사 홈페이지 등 CM채널에서 보험 가입을 할 때보다 약 3만~4만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이다.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CM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을 때보다 보험료가 약 3만8000원 높았다.

보험 가입은 ▲설계사 ▲CM ▲텔레마케팅(TM)등 주로 3개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각 채널마다 서로 다른 요율 체계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결정된다. 그런데 자동차보험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손보사 빅4(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는 지난 19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되는 상품에 대해 ‘4요율’을 적용해 판매 중이다.

4요율은 앞서 언급된 3개의 요율 외 4번째 요율로, 플랫폼 채널에만 적용된다. 이들 보험사가 별도의 요율을 적용한 이유는 플랫폼에 상품을 입점시키면서 플랫폼사에 약 3%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별도의 요율을 적용하지 않고, 다이렉트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보험료로 상품을 내놨다. 서비스 출시 이후 대형 손보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보험에서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4대 손해보험사가 플랫폼 채널에 대한 요율을 새로 만들며 보험료가 상승한 것이다. 이 기회에 일부 중소보험사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보험사 홈페이지와 동일한 가격을 내놓고 있어 화살이 대형 손보사에게 향하고 있다.

다만 대형 손보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판매 채널 자체가 다르면 요율도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서비스 출시 전부터 보험사 홈페이지와 비교·추천 서비스 간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특히 플랫폼에서 상품 노출에 대한 광고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거두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금액을 부과하지 않으면 손해율이 오르고, 결국 기존 CM채널 고객들이 함께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 손보사들은 해당 서비스가 2022년부터 예정됐던 사업으로, 금융당국과 보험사, 플랫폼 업체가 보험요율 차등화 설정에 대한 합의를 본 상태였다고 항변한다. 결국 금융당국이 이같은 논란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하고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외에도 서비스 출시 후 보험사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거나 정확한 보험료가 산출되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 측에서 받는 수수료에 비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다른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21조원 정도 규모인데, 여기에 플랫폼이 받는 수수료 3%를 단순 적용하면 6000억원 정도가 플랫폼에게 돌아간다"면서 “플랫폼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지지 않고 보험만 중개해 준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오히려 이득을 보는 쪽은 플랫폼 사업자들”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플랫폼이 오히려 기존·신규 고객들 모두에게 추가적으로 부담만 더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을 가져다 팔지만 플랫폼사는 계약 체결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수수료만 가져가는 형태"라며 "이미 고객층이 두터워 홍보가 따로 필요 없음에도 수수료 부담을 기존 고객에게까지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은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에 대한 서비스 등도 따져봐야 한다"며 "은행 등의 저축 상품처럼 금리로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게 아닌 만큼 초기부터 비교 플랫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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