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잇단 정비사업 규제 완화… 시장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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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잇단 정비사업 규제 완화… 시장 반응은?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2.01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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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공사비 문제… 외면 받는 사업지↑
양대 대못 '토허제·재초환' 놓고 불만 가중
"실효성 문제…공공·주민 편익 다각도로 봐야"
윤석열 정부 들어 정비사업을 둘러싼 규제들이 대폭 완화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 진흥아파트.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권한일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정비사업을 둘러싼 규제들이 대폭 완화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 진흥아파트.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의 대대적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시도에도 고금리와 공사비 문제 등으로 건설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 속에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거래와 개발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투기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14건이 유찰됐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사업지도 시공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실정이다.

거듭된 공고에도 유찰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입찰 공고에서 2~3회 이상 유찰된 정비 단지는 △서울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 △경기 시흥시 거모동 아주1차 가로주택 △부산 사하구 괴정3 가로주택 △서울 구로구 고척동 한성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충남 천안시 영성동11-9 가로주택사업 등이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발표한 '1.10대책'으로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로는 시공사 선정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고금리에 따른 사업비 부담과 공사비 상승, 분양 위축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한 영향이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내놨지만, 정비업계에선 여전히 규제장벽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개발·재건축 요충지에 걸려있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도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선 과거 부동산 침체가 심각했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재초환 적용이 일시 중단된 것과 같은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올 정도로 시황 침체가 깊다는 분석이다.

최근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기부채납 문제가 불거진 서울 여의도 시범 아파트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최근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기부채납 문제가 불거진 서울 여의도 시범 아파트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서울 시내 대형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정비사업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고 주민들 사이에선 몇억원씩 나오는 분담금에 불만도 커지고 있다"면서 "재초환이 여전히 투자자 또는 선 거주 후 재건축을 기대하는 실수요자의 진입을 막고 있는 만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기 우려가 있는 만큼 재초환이나 토허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시황과 주민 편익 측면 등 다각도로 검토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제는 주택가격 안정화와 무관하고 오히려 거래가 가능한 물량을 줄이고 희소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시장에선 '주택거래허가제'로 불릴 정도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이어 "재건축 시 늘어나는 용적률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 및 주민 불편, 전세가 영향 등을 감안해야 하고 분담금에 따른 공공시설 확충은 향후 재건축 된 아파트 입주자들의 편익으로 환원된다"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재초환 비율 조정은 필요하지만, 재초환 규제 자체를 아예 없애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하고 1인당 평균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10%~50%를 회수하는 제도다. 

토허제는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21년 본격 도입됐다. 토허제에 지정된 지역에서 토지나 주택을 매매할 경우,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 해야 하고 매입 시, 자금조달 계획 등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작년 여의도동·목동·압구정동·성수동1~2가를 올해 4월까지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작년 11월부터는 기존 잠실동·삼성동·청담동·대치동에서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에 대한 토허제 지정이 해제됐다.

하지만 토허제 자체에 대해서는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허제의 경우 애초 투자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특정지역의 과도한 투기에 따른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금리 인하 시 무분별한 투기가 다시 활성화돼 무주택 서민들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만큼 강남지역 만큼은 유지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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