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작부터 불안한 제4이통, '기우'로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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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작부터 불안한 제4이통, '기우'로 끝나길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2.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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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그야말로 주파수를 건 ‘난투(亂鬪)’의 밤이었다. 첫날 740억원으로 시작했던 입찰가는 이틀 만에 1500억원으로, 다시 하루 뒤엔 2000억원으로 치솟았다. 한쪽이 입찰가를 부르면 다른 쪽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꼬리에 꼬리를 문 ‘쩐의 전쟁’은 4301억원으로 막을 내렸다. 세 차례 파양됐던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28㎓)’의 네 번째 입양자를 찾은 순간이었다.

해당 주파수의 새 주인이 22년 만에 ‘이동통신 4사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끌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로 대표되는 ‘3사 시대’는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고인물이 썩듯 경쟁이 실종되면서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통신비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제4이통 출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왔다. 할당대가 납부 방식도 점증 분납으로 개선하고, 정책금융·세액공제·단말유통 등 혜택을 붙이며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다. 통신 3사에 버금가는 체급을 키워 시장 과점 구조를 깰 ‘메기’로 키우기 위함이다. 제4이통의 안착을 위해 제공하기로 한 전용 주파수가 바로 5G 28㎓다.

주파수는 통신 품질과 직결되기에 업체 간 신경전이 가장 치열한 이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과감하게’ 5G 28㎓를 포기했다.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고층 건물이 많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선 활용도를 높일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인프라 구축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자체 기술과 노하우를 다 적용해봤지만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장은 스테이지엑스의 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이유다. 통신 3사 대비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크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자금 조달 능력은 충분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설비 투자 비용에만 조 단위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에게 이른바 '황금 주파수'로 꼽히는 1∼6㎓ 사이 중간대역 할당을 시사한 바 있지만, 이마저도 단기 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 주파수 쟁탈전에서 할당 대가가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승자의 저주’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기지국 구축 및 단말기 수급 등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지엑스는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고 5G 기술을 선도하는 통신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사업 구상이 기업간거래(B2B)에 맞춰져 있어 정부와 소비자의 기대에 단기간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회사 역시 28㎓의 특성을 고려해 대학교,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 유형별 기업과의 구축을 우선으로 하며, 충분한 실증 후 확산하는 형태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시간은 오래 걸릴 듯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청사진이 자칫 ‘총선용 대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제4이통의 시장 안착이 실패했을 경우 발생할 막대한 비용은 소비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라쿠텐 그룹의 자회사인 라쿠텐모바일은 2019년 말 신규 통신사로 등장해 2020년 전국망을 구축하고 4세대 이동통신(LTE), 5G를 상용화했지만 적자를 지속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정부는 일본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정책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스테이지엑스 역시 초기 단계인 만큼 쉽지만은 않더라도 업계 자생력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이 ‘통신 4사 시대’ 개막 직전에 흔히 나오는 ‘기우(杞憂)’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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