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칼럼] 아직도 5.18의 진실을 폄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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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칼럼] 아직도 5.18의 진실을 폄훼하는 사람들
  • 매일일보
  • 승인 2024.02.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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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인천광역시의원(행정안전위원회 제2부위원장)
김대영 인천광역시의원(행정안전위원회 제2부위원장)

최근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인천광역시의회가 이슈의 중심이 됐다. 바로 허식 의장이 "5·18은 북한과 김대중 세력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제목의 특별판 신문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갑진년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의장은 그저 의원들의 의정활동 참고용이라는 명목으로 40명의 의원 전원에게 해당 신문을 돌렸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다시 회수했다. 이 일이 있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의장은 본인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며, 어떠한 사죄의 입장도 들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백번 천번 양보해서 저런 사상을 개인이 가지고 있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의 대표인 의회의 의장이라는 직분에서 다른 이슈도 아닌 정치이념과 역사적 평가라는 부분에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일지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충격적인 것은 허식이라는 정치인의 잘못을 두둔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꼼수 탈당을 한 허식의장을 지지하면서, 의장직을 사퇴하지 말라고 정당을 가릴 것 없이 문자폭탄들을 날린다. 또 그러면서 '5·18은 북한군의 내란'이라는 언사를 스스럼없이 한다. 결국 아직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한낱 북한과의 내란행동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작전으로 인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주의 시민들은 무참히도 학살당했다. 이유도 없이 빨갱이라는 말만 남기며 무고한 시민들을 끊임없이 죽였다. 이에 시민들도 무장하여 대항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북한군이 침투하여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 말하는 소위 극우 활동가들의 주장을 2024년 인천에서 다시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로 참담하면서도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정치인들은 소위 문자폭탄을 받으면 답장을 잘 하진 않는다. 필자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자연스럽게 답장을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흔히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난다고들 한다.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곤 전 세계의 민주국가 중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나라다. 해방 이후 4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총칼에 피를 흘렸고, 최루탄에 눈물을 흘려가며 '독재타도', '민주주의'를 외치며 싸워왔다.

그런데 아직도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북한의 소행이라든지, 공산주의의 계략이라 말하는 일부 몰상식한 이들에게 분노보단 연민을 느낀다. 서로 죽여야 살 수 있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그리고 그러한 역사를 이용했던 사람들에게 단순히 이용당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기에, 그래서 이제는 북한 혹은 빨갱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이제는 본인의 인생을 규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존중을 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이해는 한다. 그러나 차라리 침묵을 해줬으면 한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러한 것은 신념이 아니고 망상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한 역사적 사실을 꺼내어 오염시키진 말았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위해 아니 그저 내가 살고 싶었던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외쳤던 것뿐이었다. 그 답이 총칼로 돌아온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망상적 언행들은 그들에 대한 또 한 번의 가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좀 끝내자. 역사 속에 묻고 참회하자. 우리는 이념으로 싸우던 1950년대가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 2024년에 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5·18광주영령들과 광주시민들께 인천광역시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와 참회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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