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봄학교·교권보호 제대로 조기 안착시켜 저출생 반등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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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늘봄학교·교권보호 제대로 조기 안착시켜 저출생 반등 계기 삼아야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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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교육부가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를 전국에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전면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긴 것이다. 지난 1월 22일 대통령에 대한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 보고를 통해 전국 초등학교에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개선한 ‘늘봄학교’를 도입하여 1학기 2,000여 개 초등학교에서 매일 2시간의 수준 높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하고, 2학기 전국 6,175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대상도 올해 1학년생에서 내년 2학년생까지 늘리고 2026년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가정에 맡겨진 돌봄을 학교가 책임지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이다. 취학 전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백만 원을 주면서 ‘돌봄 이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여전히 돌봄이 필요하지만, 특히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는 4∼5교시 수업이 오후 1∼2시에 끝나면 이후 아이를 돌봐 줄 곳이 마땅찮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 돌봄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태권도나 미술, 음악 학원 같은 사설 학원을 전전하는‘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지치고 부모는 아이 걱정에 제대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설상가상 사교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청년 세대가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우리 사회의 맞벌이 가정의 아이 돌봄 부담이 너무도 크다는 건 인구 감소문제로 이어지는 등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촉발하기 때문에 그냥 두고만 볼일이 결단코 아니다. 1950년 5.05명(출생아 수 63만 3,976)에 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960년 베이비붐으로 6.16명(108만 535명)으로 늘어나더니 이후 점차 줄어 1970년 4.53명(출생아 수 100만 6,645명), 1980년 2.82명(86만 2,835명), 1990년 1.57명(64만 9,738명), 2000년 1.48명(64만 89명)으로 2010년 1.226명(47만 171명), 2020년 0.837명(27만 2,337명), 2021년 0.808명(26만 562명), 2022년 0.778명(24만 9,186명)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 2022~2072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한 뒤 올해 0.68명으로 사상 첫 0.6명대에 진입하고 내년에는 0.65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초저출산이 가져올 한국의 미래상은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당장 많은 지방 도시가 소멸 위험에 직면했고 학령인구 감소로 2028년 초등학생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월 16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작성한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보정치)’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48만 1,248명으로 추산됐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513만 1,218명에서 내년 501만 6,128명으로 2.24%인 11만 5,090명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해 입학식도 못 치른 초등학교가 전국 14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4곳보다 27.19%인 31곳이나 늘어난 수치로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신입생이 5명 미만인 학교도 856곳으로 전년도 776곳 대비 10.3%인 80곳이나 증가했다. 10명 미만에 머문 초등학교도 전국 초등학교 6,163곳 가운데 25.75%인 1,587개로 4분의 1을 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안정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필요한 곳에 어린이집을 늘려나갑니다”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2만 8,954개소로 2022년 12월 말 기준 3만 923개소보다 1년 새 무려 1,969개소나 줄었다. 더 상세한 것은 지난 1월 5일 올린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시스템통계 ‘2023년 12월 보육사업통계’에 실려있다. 2012년 말 4만 2,572곳이던 어린이집은 2016년 말 4만 1,084곳, 2017년 말 4만 238곳, 2018년 말 3만 9,171곳으로 3만 곳대로 줄어들더니 2019년 말엔 3만 7,371곳, 2020년 말엔 3만 5,352곳, 2021년 말엔 3만 3,246곳, 2022년 말 기준 3만 923곳으로 줄더니 급기야 2023년 말엔 2만 8,954곳으로 쪼그라들면서 2만 곳대로 급감하는 등 근년에 들어선 매년 2,000곳 이상씩 줄고 있다. 그야말로 초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것은 보육할 아이들이 줄어든 탓이고 보육할 어린이집이 줄어드니 맞벌이 가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늘봄학교’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자 반영이다. 돌봄 제공과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것인데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며 폭넓게 확대해야 할 정책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이 학교에서 다양한 돌봄·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막연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예산과 인력 등을 구체화하고 일선 실무교사들과의 공감과 합의도출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조기 안착(安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늘봄학교’에서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 적응 지원은 물론 놀이 중심의 예체능 활동,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하게 된다. 아이들이 이런 활동 들을 하면서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면 맞벌이 가정도 ‘학원 뺑뺑이’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부모의 심리적·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돌봄 프로그램이 얼마나 충실하냐에 달려 있다. 자칫 시간만 채우는 땜질식이 되거나 수업시간의 연장으로 전락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도 각 초등학교에 교무실, 행정실과 별도의 늘봄지원실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속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만 할 것이다. 더불어 전 초등학생으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돌봄 시간을 충분히 늘릴 필요가 있다. 넘쳐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노트북이나 사 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데 쓰는 게 백번 천번 더 낫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학생 수와 무관하게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고 있다. 세수가 늘수록 교부금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돈이 남아돈다. 2022년 이 교부금의 규모는 76조 원이었지만 다 못 쓰고 2023년으로 넘어온 예산이 무려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세금의 무려 5분의 1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에 들이붓는 이유는 교육이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생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초·중·고생 1명당 1,207만 원이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8년 뒤인 2032년엔 3,039만 원으로 치솟게 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곳이 교육계다. 올 입시에서 교육대학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이 급증한 것이 한 예다. 학생 수가 줄지 않아야 교육 여건과 인프라를 양호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산을 위해 쓰자는 얘기만 나오면 시·도 교육감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교부금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쓰는 실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도 드러났다. 낭비된 교부금이 조 단위에 이른다. 이를 저출산 대응에 투입해 학생 수 감소를 저지할 수 있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교육 대책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앞당겨 시행하는 만큼 미흡함도 커 보인다. ‘늘봄학교’를 지원할 행정·돌봄전담 인력도 서둘러 대폭 늘려야 한다. 지역별 학생 수요와 강사 현황, 프로그램 등을 면밀히 검토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의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다. 지난 1월 27일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규탄’ 집회를 갖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 보육도 구별하지 못한다.”라며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학교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지자체에서 책임져야 할 늘봄을 왜 교사에게 시키십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초등교사노조는 교육부가 오는 2학기 전국 초등학교에 도입할 예정인 ‘늘봄학교’ 업무의 지자체 이관 및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과 재수사 등을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새해가 되면 교육현장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그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라며 “교육부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영역인 ‘늘봄’을 학교 업무로 끌고 왔고, 교육청에서는 초기 약속과 다르게 인력이 없다며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학부모 설문 조사에서 83%나 이용하겠다고 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맞벌이 등 학부모 사이에선 인기가 높겠지만 교사들은 ‘늘봄학교’ 도입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음을 명찰해야만 한다. 당연히 교사들의 업무부담과 ‘늘봄학교’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마찰에 대한 부담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모든 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무료로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지자체의 여력은 아직은 한계임을 이해하고 시설과 시스템이 어느 정도 확충된 초등학교에서 맡아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늘봄학교’에 참여하게 될 교사들의 이해와 공감대 확산에 최우선을 두고 교사들의 교권이 침해되거나 소홀히 되어선 안 된다는 무겁고 깊은 인식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관건은 사회적 공감과 국민적 지지뿐만 아니라 예산과 인력 문제로 당연히 귀결될 텐데 벌써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 없이 졸속으로 이행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2025년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이를 올해로 1년 앞당기면서 세부계획은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초등교사노조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이들의 ‘늘봄학교’를 담당할 인력과 공간,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밑그림도 없이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늘봄학교’ 도입과 ‘교권보호’라는 두 가지를 손에 든 교육부의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각오 그리고 슬기로운 지혜와 선도적 역량을 모아 난제를 풀어가길 바란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기반 구축이라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국가 소멸로 치닫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각한 저출생 위기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 풍조와도 직결돼 있다. 아이를 낳으면 주거와 교육, 육아 등 걸림돌이 하나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의 ‘늘봄학교’ 도입을 계기로 끝모르고 추락하는 출생률 반등의 호기(好期)로 삼아야만 한다. 철저히 준비하여 아이를 낳으면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고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국가적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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