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계, 중처법 통계 '아전인수' 해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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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동계, 중처법 통계 '아전인수' 해석 논란
  • 이용 기자
  • 승인 2024.0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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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준비 시간 충분히 줘"
영세자영업자 혼란 가중… "중처법 의미 이해 못해"
서울의 한 소규모 카페에서 한 직원이 반죽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적용을 두고, 노동계가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을 바탕으로 편향적인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가 불발돼 다행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중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발된 25일 "정부와 여당, 사용자 단체의 온갖 획책에도 해당 법안이 원래대로 시행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중처법 유예 논의를 ‘개악’으로 칭하며 “법의 확대 시행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입장문을 냈다.

양대 노총은 법률 공포 후 3년의 시간 동안 중처법 확대 적용 대상 사업장들에게 충분히 준비할 기간을 줬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고용노동부의 통계다. 지난해 3월 노동부가 한국안전학회에 의뢰해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까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체계를 갖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갖췄거나 내년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이 53%, '어렵다'가 47%였다.

문제는 노동부에서 중처법의 부족한 실효성을 증명한 통계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통계는 인용하지 않았다. 홍석준 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서갑)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재해자수는 2021년 12만2713명에서 2022년 13만348명으로 늘어났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증가했다. 2022년 1월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중처법에 대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표현한 점과 다른 부분이다.

또 노동계는 국민 대부분이 중처법 확대 적용에 찬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선 사업주는 물론 직원조차도 중처법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처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도움된다’는 응답 비율이 79.4%로 나타났으며 ‘도움되지 않는다’ 응답 비율은 19.4%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가구업체에 찾아가 취재를 진행한 결과, 27일이 확대 적용 시행일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20대 현장직원은 “중처법이란 단어를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인근 식당과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한 카페 업주는 “현장직만 해당되는 법 아닌가”라며 자신의 영업장이 적용 대상인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중처법 확대 적용에 찬성한다는 노동계의 설명과는 다른 대답이다. 실제 정부에 따르면, 법안 적용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 83만 곳이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직원 수가 4명인 음식점 관계자는 “본래 7명이 일하다가 3명이 그만둬 4명이서 일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이 고생하길래 추가로 채용하려 했지만, 중처법 적용 기준인 5명이 넘게 되니 포기했다. 노동계는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라는데, 결과적으론 일자리도 줄고, 남은 직원들도 피곤해진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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