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승전 치킨집’도 옛말…생존위기 놓인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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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승전 치킨집’도 옛말…생존위기 놓인 자영업자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1.2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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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가다. 통상적으로 중남미 등 관광산업이 중심인 국가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3.5%다. 대략적으로 국민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제조업 중심 국가임에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로 경직된 노동시장,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을 제시한다. 특히 이처럼 경직된 노동시장이 지속되면 종국에는 대기업과 영세자영업자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문제는 소득불평등, 즉 소득격차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다. 2019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산업구조의 서비스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비중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는 0.220% 포인트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연간 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21년 1952만원으로 하락했다.

‘퇴사하고 치킨집이나 차릴까’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업무에 치이는 직장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퇴사 후 치킨집, 카페 등 요식업 창업을 고민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쉽게 꺼낼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여의치 않은 경제상황이라지만, 최전방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더욱 취약하다. 대출 규모도 ‘임계점’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도 179만명으로 전체 315만명의 절반 이상이다.

몇 년간의 회사생활을 거쳐 모은 자금으로 작은 가게를 차린 지인은 창업 초기엔 원래 받던 월급의 절반도 벌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왔던 업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소비심리 침체 등으로 오히려 코로나19 당시보다도 힘들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에 3년, 이후 찾아온 복합경제위기에 치여 빚만 떠안고 폐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황으로 인건비가 부담돼 직원 수를 줄이고, 일부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됐다가, 이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은 선택지도 여의치 않다.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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