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폭락에 뿔난 주주들…“배당도 실적도 관치금융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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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폭락에 뿔난 주주들…“배당도 실적도 관치금융에 발목”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2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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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상생 비용 반영에 작년 실적 전망치 하락
주주들은 배당 압박…'돈 잔치' 비판 나올까 고심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상생 압박과 주주들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상생 압박과 주주들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지주들이 연초부터 표정이 어둡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는데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홍콩 ELS 손실 우려까지 겹치면서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지주 주가는 3월 배당 기대에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상생금융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월 들어 지난 19일까지 6.21% 하락했다. (신한 -8.34%, KB -8.50%, 하나 -5.07%, 우리 -2.92%)

금융지주 대다수는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받아들여 1~2월 이사회에서 2023년 기말 배당기준일 및 예상배당액을 결정한 뒤,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할 전망이다. 투자자는 주주총회 전에만 주식을 사도 은행주의 쏠쏠한 배당을 얻을 수 있다. 은행주는 배당수익률이 최고 8~9%대에 달하는 전통의 고(高)배당주다. 그런데도 배당시즌을 앞두고 은행주의 주가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상생금융’이 투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가 고금리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당국의 압박 속에 상생금융을 각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상생 압박은 금융지주의 실적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약 16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4조604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추세대로면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나왔다. 다만 상생금융 비용이 대부분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17조 원 수준까지 내다봤던 실적 전망치가 크게 하향됐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시중은행은 우리은행(2758억 원), 하나은행(3557억 원), 신한은행(3067억 원), KB국민은행(3721억 원) 등 총 1조3103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안을 발표했다. 상생금융은 은행권 공통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과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4분기 실적에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1월부터 실적에 마이너스를 잡아놓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지난해 금융업계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4분기 실적에 반영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주문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 부담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리스크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고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 어떤 상황에서도 금융 안정이 실현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주주들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오는 3월 시작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는 7개 상장 금융지주 전체를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주서한에는 지난해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을 준수할 것과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이 담겼다. 

얼라인은 이들 금융지주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하고, 자본배치를 효율화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업계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월에도 얼라인 파트너스는 금융주가 저평가됐다며 자본배치를 효율화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 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 비율)은 평균 27%로, 해외 금융사들(6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에서다.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까지 이에 가세하자,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급등하던 금융주 주가는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하락한 뒤 지지부진했다.

얼라인은 전년도 결산에서 주주환원정책이 불이행됐거나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이 불충분할 경우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다루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얼라인은 국내 7대 금융사 중 JB금융의 2대 주주이면서, 다른 지주사 6곳(KB·신한·하나·우리·BNK·DGB)에 대해서도 각각 1% 내외 지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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