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F 근본 손보겠다는 정부, 업계 화답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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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F 근본 손보겠다는 정부, 업계 화답 있어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4.01.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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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PF 제도는 분양가격이 폭락하면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입니다. 현행 구조하에서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내 PF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정부 발언이 나왔다.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침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유독 국내에서만 사회적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 원인으론 한국형 PF의 기형적인 구조가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PF의 특징으로 △시행사가 토지 계약금의 10%만 들고 브릿지론을 실행하는 점 △선분양으로 금융사의 담보권이 온전하지 않은 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공사 보증에 의존하는 점 등을 지목했다. 

토지를 자기자본으로 매입한 뒤 대출을 일으키는 선진국 PF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문제론 보증이 꼽힌다.

보증이 개입되며 PF 부실화가 다른 기업으로 전이되는 연결고리가 생긴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점도 문제다.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리스크가 커도 사업을 추진한다. 시공사는 수주를 위해 보증을 내세우고 금융사는 이를 근거로 심사 문턱을 낮추는 식이다. 

이는 해묵은 비판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후로도 관련 대책이 쏟아졌다. 2010년 금융당국은 PF대출 리스크관리 모범 기준을 세우고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2011년 한국형 IFRS 도입에 따라 시공사는 신용보강 내역을 공시하도록 변경됐다. 

그러나 13년 만에 도급순위 15위권 기업이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했다. 한 건설 연구기관은 부실화 위험이 놓인 부동산 PF 규모가 넘는다고 진단했다. 

현실에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위기 인식도 부족했다. 재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일부 전문가들은 "PF위기는 시공사는 무관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대형사 임원은 "작년 처음으로 모든 PF사업장을 점검하고 부도 위기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불과 2021년 호황기 기업들이 금융당국에 PF 모범 기준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을 지금 돌아보면 놀랄 정도다.  

정부 정책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또 한 번 입증됐다. 지금으로선 기업들은 호황기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고 침체기 정부의 혈세 투입에 의존한다는 고릿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결국 사업주체의 자발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는 규제보다 자율적인 관리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를 PF에서도 실천할 수 있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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