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여수신 줄이며 버티기 돌입...신평사들은 ‘신용위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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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여수신 줄이며 버티기 돌입...신평사들은 ‘신용위기’ 경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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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全 금융권 중 유일하게 수익성 마이너스
PF發 부실 공포 확산에 '2011년 사태' 재현 우려
저축은행들이 여신과 수신 자산을 축소하는 등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PF 부실 확대 등 악재 속에 신용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들이 여신과 수신 자산을 축소하는 등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PF 부실 확대 등 악재 속에 신용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는 대손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 자산을 축소하는 등 ‘버티기 전략’에 돌입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가늠이 안된다. 급기야 업계 안팎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은행은 총자산순이익률(ROA, 연율환산)을 기준으로 전금융권(일반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보험회사·증권회사·여신전문회사)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총자산수익률은 금융기관이 총자산 1원당 얼마나 순이익을 창출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데, 저축은행 총자산수익률은 3분기 말 -0.14%로 지난해 같은 때(1.39%)보다 1.53%포인트 하락했다. 게다가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3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은 같은 기간 2.81%에서 5.88%로 3.07%포인트나 급등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2금융권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데다, 저축은행이 취급한 부동산PF 또한 연체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수익성 측면에선 2022년 말 은행권 예금금리 경쟁 영향으로 고금리 예금을 대거 취급한 탓에 지난해 상당한 이자비용을 지급하며 손해를 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지급한 누적 이자비용은 4조4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배 증가했다. 반면 이자수익은 8조12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이에 저축은행은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위기관리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96%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말(4.08%)대비 0.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저축은행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자, 여·수신고 잔액도 대폭 줄어들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06조255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116조2238억원)보다 8.6% 줄었다. 수신 잔액(110조7858억원)도 같은 기간 8.7% 감소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 위기가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후 기자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평가사는 저축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을 꾸준히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지방영업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중소규모‧지방영업 저축은행 47개사에 대해 ▲영업기반 ▲자산건전성 ▲수익성 ▲자본적정성 ▲유동성 분석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47개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와 건설업의 비중이 컸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연구원은 “(조사 대상 47곳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와 건설업 합산이 자기자본의 100%를 웃도는 업체는 30곳이었으며, 그중 12개사는 150%, 4개사는 200%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 영업 비중이 크고,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와 건설업 합산 비중이 커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 대비 부동산 경기 악화나 지역 건설사 신용 리스크에 더욱 크게 노출됐다”며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뎌 자본비율과 유동성 지표는 높게 나타나지만, 대주주의 지원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만큼 더욱 보수적인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부동산 PF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PF 등 여신에 대한 불안정성 해소와 지원 ▲부실채권 감축 등 회원사 건전성 관리지원 강화 ▲회원사의 안정적 유동성 관리 지원 등 저축은행업계의 경영 안정화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부동산PF 부실 신용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선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2024 금융부문 산업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 확인’ 웹 세미나에서 “저축은행들이 PF 익스포저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실을 인식하고, 옥석 가리기에 집착하지 말고 빠른 양적 축소에 들어가야 한다”며 “PF가 한번 크게 꺾여야 가격이 하락하고, 다시 상승하는 동력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부실이 이연된 상태가 지속하면서 PF 부문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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