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익다변화 ‘발등에 불’…비은행부문 부진에 ‘0% 성장’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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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수익다변화 ‘발등에 불’…비은행부문 부진에 ‘0% 성장’ 현실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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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작년 연간 순이익 15.8조...사실상 '제자리'
“비은행부문 부진 영향, 조단위 상생금융 출혈도 악재”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가 절실해졌다.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가 절실해졌다. 사진=각 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0%대 성장에 머무를 전망이다. 은행권이 2조원 규모로 내놓은 상생금융 지원 방안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고금리 덕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수익성이 제자리 걸음을 걷게 되면서, 수익다각화를 위한 비은행 부문 확대에 사활을 걸 거로 보인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5조8075억원으로 전망됐다. 2022년(15조7312억원) 대비 0.5%(763억원) 늘어난 수치다. 2022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2%(1조1884억원) 늘어난 것에 견주면 이익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도 대출시장의 성장 등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6조5510억원이었다. 불과 보름 사이 순이익 전망이 7435억원 줄어들었다.

순이익 전망이 어두워진 것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안 비용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대비해 지난해 말 한국회계기준원에 상생금융 회계 처리 방식을 질의하고 회신받아 각 은행에 참고할 것을 공지했다. 이에 은행들은 상생금융 지원액의 대부분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총 지원액의 약 60~80% 수준이 지난해 4분기 실적 반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산하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부담할 비용은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이다. 상생금융은 이자 캐시백 공통 프로그램과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자 캐시백은 개인사업자 대상 2억원 한도로 연 4%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를 돌려주는 내용이다.

은행들은 이자 캐시백 비용 대부분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고 대출이 나간 지 1년이 안된 차주의 이자 캐시백과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 비용을 올해 실적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으로 인한 차입금 미회수 우려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대 은행이 태영건설에 빌려준 장단기 차입금은 총 3575억원이다. 은행들은 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관련 채무에 충당금을 쌓는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배상도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5대 은행(농협은행 포함)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은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106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만기 도래 금액(210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불완전판매 관련해 현장 검사에 돌입했는데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은행 등이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은 오는 3~4월쯤 배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생금융 비용은 은행별로 상이하지만 상당 부분을 지난해 4분기 비용에 반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반영 정도에 따라 현재 전망치보다 떨어져 전년 대비 순이익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올해도 금리 인하 등 악재가 겹치며 수익성 정체가 우려되는만큼 비은행 강화를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이익 구조 다변화는 오래된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최근 '이자 장사' 비판에 시달리고 있고 금융지주사들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 찾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2% 수준으로 미국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인 30.1% 대비 크게 떨어진다. 2018년 12.1%였던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020년 15.1%까지 상승했으나 2021년 13.2%, 지난해에는 5.7%까지 추락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은행들이 국민 금융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각종 서비스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비이자이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인 증권사, 보험사 등을 인수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모습이다.

3분기까지 5대 금융지주 비이자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가 29.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은행과 비은행부문의 기여도도 각각 62.6%, 37.4%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균형 잡힌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3분기까지 비이자이익 2조9458억원을 거둬 26.8%의 비중을 차지했고 하나금융지주는 1조6964억원으로 20%의 비중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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