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동훈의 '동료 시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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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동훈의 '동료 시민'은 누구인가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4.01.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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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갑작스럽게 '동료 시민'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의 모든 언사는 '국민' 또는 '시민'을 향했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이를 '동료 시민'으로 바꿔 말하고 있다. 도대체 '동료 시민'은 누구란 말인가.

한 비대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에 '동료 시민'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시민들 간의 동료 의식으로 완성되는 거라 생각한다"며 "재해를 당한 낯선 동료 시민에게 자기가 운영하는 찜질방을 내주는 자선, 지하철에서 행패 당하는 낯선 동료 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 같은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완성하는 시민들의 동료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장황하지만 한 마디로 '동료의식을 발휘하는 시민'이라고 해석된다. '어려움에 처한 공동체의 구성원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기꺼이 도와주는 시민' 정도가 될 수 있다.

정치학자들은 '동료 시민'이라는 개념을 공화주의와 연결 짓고 있다. 공화주의, 공화(republic)는 라틴어 'res publica'에서 기원한 것으로 '공적인 것' 또는 '공공의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화주의가 자연스럽게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복리를 중시하는 정치 체제로 이어진다. 결국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동료 시민'이다.

그렇다면 한 비대위원장이 사용한 '동료 시민' 개념을 이런 공화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동료 시민'을 가장 처음 꺼낸 취임사를 보면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친 '동료'라는 생각이 든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런 세상이 와서 동료 시민들이 고통받는 걸 두고 보실 건가"라고 했다. 민주당과 개딸로 대표되는 야권 지지자들은 공동체를 훼손하는 세력, 동료가 아니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 '이권 카르텔'의 다른 말인 셈이다.

과문한 탓인지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 공화국의 '동료 시민'으로서 이들은 배제되고 이번 총선에서 물리쳐야 할 대상이 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동료'는 '내가 인정한 시민'인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약 30% 이외의 국민은 동료가 아니라 '비동료 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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