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동發 무역항로 동시다발 위기, 공급망-인플레 불안 선제적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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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동發 무역항로 동시다발 위기, 공급망-인플레 불안 선제적 대비를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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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Houthi) 반군을 공습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중동 가자지구 전쟁의 확대·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려가 현실화하고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Hormuz strait)이 동시에 긴장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위기, 유가 상승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각) 미국과 영국은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영 연합군이 중동 지역에서 개시한 첫 무력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이 격돌하는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국제 해상교역의 중요 항로인 홍해를 가로막고 민간 상선을 공격해 온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고, 영국 ‘리시 수낵(Rishi Sunak)’ 총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필요하고 (후티 공격에) 비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미·영 연합군이 단행한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홍해발 물류 위협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공습에 이란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후티 반군도 선박 공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영 연합군은 잠수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후티 반군의 근거지 16곳 6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항행의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 약속을 강화하고 홍해에서 상업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에 맞서는 다국적 공격”이라고 선포했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8개국 정부도 지지 성명을 내고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자국 선박의 보호 조치임을 강조했다.

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인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홍해와 아라비아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이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첫날 홍해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했으며, 지난 1월 1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 세인트 니컬러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이 세계 ‘물류 대동맥’의 통제권을 과시하자 미국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던 것이다. 지난 수개월간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벌여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라고 진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렇듯 서방의 군사 개입과 이란의 맞불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 약 100일 만에 가자 전쟁이 서방과 중동 반미 세력의 맹주인 이란까지 끌어들인 중동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교역과 공급망 불안 심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교역량의 12%를 운송하는 핵심 통로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가는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출 운송로라는데 있다. 이곳이 막히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km를 우회해야 해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으로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 달새 해상 운임은 두 배로 오른 상태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이달 말부터 2주간 독일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대한 불안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킬세계경제연구소(Kiel IfW)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계 무역 규모는 홍해 사태의 여파로 1.3% 감소했다. 만일 호르무즈까지 막힐 경우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세계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경기 여건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당장 중동 정세는 미국과 영국이 홍해에서 상선을 습격해온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미·영 연합군이 단행한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을 단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국면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인플레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 3.2%보다 나쁘게 나왔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2.4%에서 12월 2.9%로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이 당분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국내에선 반도체·수출 경기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찬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특히 고금리, 미분양 주택 적체,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경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연계된 건설투자 부진 등은 리스크의 요인으로 언제 어디서 건설사 부실이 터질지 모른 지뢰밭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조사한 ‘2024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설비투자는 작년 대비 18.2%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급증한 가계부채 여파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가계 소비 여력도 위축돼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 1.9%보다 하향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승용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 급감했고 할인점 매출은 2.2% 줄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국내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10대 핵심 지표 중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 7개는 작년 11월 하강 또는 둔화 국면에 빠졌다. 이는 기업들도 움츠러들고 있다란 방증이다.

모처럼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도 꿈틀대고 있다. 중동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이미 글로벌 물류에는 차질이 생겼고, 유가와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4% 이상 급등했다. 2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장 대비 4.2% 오른 배럴당 75.25달러에 거래됐다. 천연가스 가격도 뛰었다. 11일 기준 전장 대비 1.91% 상승했던 2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2일(한국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한때 전장 대비 4.4% 오른 100만 BTU 당 3.241달러에 거래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통로다. 특히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해상운임 역시 최근 폭등하고 있다. 아시아 대표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2월 1일 1010.81서 지난 1월 5일 1896.65로 한 달 새 72.6% 급등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희망봉 항로로 북유럽과 아시아를 왕복할 때마다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한다. 항공운임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해상이 막혀 하늘길을 택한 것이다. 글로벌 항공운임 대표 지수인 발틱항공운임지수(BAI)를 보면, 지난해 12월 홍콩-유럽과 홍콩-미국 항공화물 운임은 1㎏당 각각 5.36달러, 7.1달러로 두 달 새 22~25%가량 오르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물류비, 유가 등의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 심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를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안정화에 들어섰다는 판단하에 금리 인하 정책 전환 시점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심화로 이어질 경우,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더 커진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금리 인하 효과로 업황 반등을 기대했던 당초 예상까지 뒤엉키게 될 수 있다.

이렇듯 중동발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그나마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지하는 우리에게 중동 분쟁은 치명적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항로 우회로 인한 운송 지연과 공급망 혼란이 심화할 경우 물가가 폭등하는 것은 물론 이제 겨우 회복되기 시작한 수출이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구조개혁을 서두르는 게 물가안정과 경기 회복을 동시에 잡는 정공법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부처·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국제 공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중동 리스크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주도면밀한 모니터링과 빈틈없는 완벽한 공급망 확보, 수출 기업에 대한 아낌없는 물류 지원 등 전방위 선제 대응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전쟁 지역에서 우리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고 유사시에 신속하고 긴밀한 대비와 대응은 두말할 나위 없는 기본 중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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