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권 외면에 방치되는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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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권 외면에 방치되는 건설현장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1.1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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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에서는 준비가 미흡하고 국회에서는 적용 유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비용 문제는 차치하고 안전관리 인력 채용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처법을 적용받는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45%는 현재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 34%가 전문 인력 지원이라고 답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보다 심각하다. 건설안전관리 자격증을 갖춘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전기공사현장 A소장은 “지금은 현장소장이 안전 관리를 하고 있지만 법안이 적용되면 담당자를 채용해야 할 텐데 안전관리 자격증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며 “공사장의 경우엔 중대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기피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청인 대형, 중견건설사 현장 관리자들도 안전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연봉을 쥐어준다고 올지도 모르겠다”며 “사고 발생 시엔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테고 드센 작업자들이랑 싸워가면서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하겠나”고 덧붙였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종합건설사나 일부 전문건설사는 사업성을 줄여서라도 안전관리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겠지만 한 현장에서 남는 수익으로 연명하는 전문건설사는 고연봉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영업, 수주 등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가 처벌을 받으면 기업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예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 인력 부족 문제는 시간을 더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가 나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대통령이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청하는 등 확대 적용 열흘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시 논의가 될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쌍특검법 등 여전히 여야가 나뉘어 정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유예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해당 법안의 유예를 논의해야 할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보단 쌍특검법 같은 흠집 내기 법안에만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중소 건설현장의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 정치권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예 여부를 떠나 중소기업에게 지원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만큼 여야가 정당한 논의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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