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수록 적자인데...수수료 현실화 뒷짐 진 당국에 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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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을수록 적자인데...수수료 현실화 뒷짐 진 당국에 업계 '한숨'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1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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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14년 연속 인하로 본업 결제부문 '적자 늪'
당국, TF 2년째 운영했지만 정치이슈 밀려 '개점휴업'
카드업계가 14년 째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부문이 적자에 빠진 가운데,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선안 마련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가 14년 째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부문이 적자에 빠진 가운데,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선안 마련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카드업계가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긁을수록 적자’라며 가맹점수수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수수료 재산정 시기를 앞두고 이제는 상향 조정할때가 됐다는 게 업계 입장이지만, 총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인상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오히려 인하 압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가 책정한 수수료의 원가를 바탕으로 가맹점 결제수수료를 재산정한다. 지난 2012년 재산정 주기를 3년으로 결정한 이후 네번째 조정이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용카드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카드 가맹점수수료 제도 개선 등 과제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상을 촉구한 바 있다. 무려 14년 연속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가운데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18년 30%대를 넘어섰던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은 올해 22%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의 총수익 대비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2.56%에 불과했다.

카드사의 총수익 대비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로 지속 감소했다. 감소 추세로 보면 20%대 붕괴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지난 2012년부터 금융당국은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에도 금융당국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기존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체 가맹점 299만3000개 중 96.2% 정도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결제 수수료는 가맹점의 연 매출액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가맹점은 결제금액의 0.5~1.4%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가맹점 연 매출액이 10억~30억원인 경우 1.5%다. 과거 자영업자의 카드 결제수수료가 3.3%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카드업계는 그간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에 동참하기 위해 인하를 받아들였으나 적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카드수수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민심을 의식한 정책기조가 예상되서다. 수수료 인상이 소상공인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섣불리 인상에 동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상생금융 기조와도 수수료 인상은 정면 배치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카드수수료 인상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 결제 수수료가 0%대인 만큼 추가인하도 어려워 동결 가능성이 일단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재산정 주기 연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협상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다. 카드사는 수수료를 재산정할 때 ▲자금조달계획 ▲위험관리 ▲판매관리비 비중 등을 함께 손질한다. 재산정 주기 기간이 길어지면 안정적인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 유용한 것이다.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현실화 방안 마련이 결국 해를 넘기고 답보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상반기 개선 방안을 공개하는 것이었지만 하반기까지도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2022년 금융위 주도로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2년 넘게 태스크포스팀(TF)를 꾸려 현장의견만 청취했다고 하는데 이렇다 할 개선안은 내놓지 못한 채 ‘개점휴업’이다. 카드업계에선 당장 내년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 시기가 도래하는데 총선 등 정치 이슈에 밀려 다시금 카드 수수료율이 내려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는 계속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라 사실상 고객들이 카드를 사용할수록 마진이 나지 않아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등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전체 가맹점과 각 카드사 의견 조율에 있어 충분한 협의를 위해 발표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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