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두색 번호판, 그들만의 상징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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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두색 번호판, 그들만의 상징되지 않으려면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4.01.11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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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올해부터 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된다. 법인차 사적 운용을 막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번호판 색이 바뀌었다고 법인차의 사적 운용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번호판 색깔만 달라졌을 뿐 근본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인차의 본래 목적은 ‘업무용’이다. 거래처·사업장 방문, 판촉활동, 교육·훈련, 출·퇴근 등 업무 관련 활동에만 사용해야 하고, 주행할 때마다 운행일지를 꼼꼼히 써야한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법인 대표들이 고가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는 이유는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법인 명의로 구매하면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구입비, 유지비 등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인차는 유류비, 보험금 등 혜택뿐만 아니라 연간 1500만원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회삿돈은로 비싼차를 타면서 세금까지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혜택이 제공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연두색 번호판 도입 전엔 겉으로 봤을 때 법인차와 개인차를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법인차를 사적으로 운용하는 행위가 만연했다. 특히 슈퍼카 등록 80%가 법인차로 드러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기도 했다.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되면서 사적 운용 적발이 훨씬 쉬워지긴 했지만, 허술한 규제로 인해 법인대표들이 마음만 먹으면 운행 목적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색다른 번호판이 '부의 상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차 사적운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번호판 도입은 그저 사회적인 시선을 통해 사적운용을 자제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적 운용 적발시 처벌 강화, 운행일지 점검 등 감시 강화, 일정 금액 이상 차량 법인 등록 금지 등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처벌과 감시 강화는 필수적이다. 탈세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꼼수를 쓰지 못하게 하고, 운행일지를 기존보다 주기적으로 깐깐하게 점검해 사적 운용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인차 사적운용은 그저 탈세행위로 국한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있는 놈들이 더한다’는 인식을 깊이 새기는 등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법인차 제재는 번호판의 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인차의 정의와 규모, 역할에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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