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정책대출에 금리인하 기대감…새해 가계부채 관리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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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정책대출에 금리인하 기대감…새해 가계부채 관리 ‘산 넘어 산’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10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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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본격화..."집값 상승 기대 대출 수요 높일 것"
한은 금통위도 "정책금융이 대출 자극" 경계심 드러내
올해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고, 정부의 정책대출이 쏟아지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할 거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올해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고, 정부의 정책대출이 쏟아지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할 거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계부채 잡기에 다시 나섰지만, 새해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사그라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고금리 차주들 구제에 나서면서 금리 인하 압박이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정책자금이 올해 본격적으로 풀리는 점도 불안요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과 20~30조 규모의 청년 주택 드림 대출 등 정책금융을 내놓는다. 

신생아 출산 무주택 가구 가운데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요건을 갖추면 최저 1.6%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아울러 DSR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이 감지된다. 정부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 집값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7000억원 늘었는데 특례보금자리론과 버팀목‧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특히 44조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이나 DSR 규제 없이 연4%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정책대출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자, 한은은 지난 9월 "정책모기지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란 기대도 대출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그간 고금리에 냉각됐던 부동산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어서다. 

이미 대출금리는 주요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반영해 내림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이후 3%대 저금리 상품이 쏟아지는 등 주담대 금리 인하 속도가 가팔라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00.2%를 기록하고 있다. 적정 비율(85%)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한국 가계부채 절반 이상을 주담대가 차지하는 만큼 주택 시장 안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은은 지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현재 주택가격은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됐다"며 "집값 상승 심리를 꺾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집값 상승 기대가 대출 수요를 높이면서 앞으로도 가계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올해 시행을 앞둔 정부의 정책 금융 상품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은 금통위 11월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다수는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를 경계하면서, 올해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 등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경기가 다소 둔화됐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어,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 잠재된 대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책 금융에 대한 경계 발언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올해 특례보금자리론이 재개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정책금융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내년 시행되는 정책금융을 경계하는 것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대출이자가 급등하며 올 초까지 내리막을 보이던 가계부채가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반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지난 지난해 1월 -8조1000억원, 2월 -5조1000억원, 3월 -5조1000억원 등 감소세를 보였지만, 4월 1000억원 늘어난 것을 기점으로 5월 2조6000억원, 6월 3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 8월 6조1000억원, 9월 2조4000억원, 10월 6조2000억원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책 금융 상품 영향이 컸다는 시각이 높다. 정부는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 없이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의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시행에 나섰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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