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日동해병기 저지 로비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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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日동해병기 저지 로비 전모
  • 국제부
  • 승인 2014.02.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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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단계별로 ‘맞춤형 로비’…각계각층 ‘우군화’ 전략 구상
매콜리프 주지사 태도 변화 유도…막판 의외의 ‘공화당 변수’
▲ 미국 정가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쟁은 미국 내에서도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AFP통신은 지난 1일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사진을 송고하면서 위안부 사과 문제와 동해병기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 공방에 대해 소개했다.

[매일일보] 그동안 설로만 무성하던 주미 일본대사관의 동해병기법 저지 로비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연방정부도 아닌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법안을 막으려고 대형 로펌에 거액을 내고 ‘저인망식’ 로비를 펼쳐온 사실이 문건을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연합뉴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를 통해 공개 입수한 주미 일본대사관과 맥과이어우즈 컨설팅간의 용역계약 문건을 보면, 일본의 로비전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치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과이어우즈 측이 그린 전략의 큰 틀은 △대응논리 개발과 우호세력 확보 △입법단계에 맞는 저지활동 △주지사를 포함한 주정부와 관계기관 로비로 세분화된다.

우선 동해병기법이 ‘나쁜 정책’이라는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우호적 세력을 확보하는 것을 초기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로비에 활용할 백서와 논점을 만들고 이를 대중 앞에서 설파할 전문가와 학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이에 해당된다.

또 현재 동해병기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한인단체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회장 피터김)에 대항할 단체를 조직하고 우호적 언론매체를 발굴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입법단계에서는 주 의회의 입법과정에 따라 ‘맞춤형 로비’를 전개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지난 1월 8일 올해 첫 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상원의 양당 지도부와 교육위·소위의 핵심인물들을 집중 로비한다는 게 일차 전략이었다.

맥과이어우즈 측은 이번 사안을 ‘초당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각 의원들의 성향에 따른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한인이 밀집한 북(北) 버지니아 이외의 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를 집중로비의 타깃으로 삼은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주지사의 책상에 올라가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의회와 동시에 주 정부 최고위층을 상대로도 ‘총체적 로비’를 전개한 것이다.

맥과이어우즈 측은 특히 매콜리프 주지사가 동해병기 법안을 지지하지만 “설득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이 같은 맥과이어우즈 측의 구상은 주미 일본대사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계약 체결 일주일 뒤인 12월26일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매콜리프 주지사에게 “법안에 서명할 경우 경제 관계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협박성 서한을 보낸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직접 리치먼드로 내려가 매콜리프 주지사를 만났다.

이 같은 전략은 상당부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선거과정에서 한인사회에 동해병기법을 지지한다고 공약했던 매콜리프 주지사가 태도를 바꿔 공식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면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에 법안이 주지사 책상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달 23일 상원 표결에 앞서 매콜리프 주지사의 측근인 도널드 매키친 의원이 돌연 동해병기법안을 무력화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것도 결국 일본 측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하원 양당 지도부와 소위와 교육위 의원들을 상대로도 광범위한 로비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이다.

주미 일본대사관의 이 같은 조직적 로비는 여러 측면에서 정치·외교적 함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해외공관이 무려 7만5000달러(한화 8000만원)에 달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입법저지 로비를 벌인 것은 일본 본국 정부 최고위층의 ‘지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 조야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일본 거대 로비력의 일단이 드러났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동해병기 법안을 물론이고 과거사와 독도 이슈를 놓고 ‘폭넓고, 강도 높은’ 로비가 펼쳐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의 총력 로비는 기대와는 달리 적어도 현재까지는 ‘실패’로 귀결되는 흐름이다. 상원은 소위와 교육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난항이 예상되던 하원 교육위 소위도 법안을 가결했다. 특히 이번 법안처리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대립구도가 조성되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일본이 상당히 곤혹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소속인 매콜리프 주지사가 일본 측 로비를 받아 동해병기 법안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공화당 측이 법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67석으로 민주당(33석)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측 로비를 받은 매콜리프 주지사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정치적 결속력이 높은 한인사회가 등을 돌리면 올해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이 끼쳐질 가능성이 큰데다, 정치적 동지로서 2016년 대선에 출마하는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미 한국대사관이 공개적으로 지원에 나선 점도 매콜리프 주지사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압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이 하원까지 통과해 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매콜리프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의 막강한 로비력을 감안할 때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게 한인 사회와 주미 대사관 측의 공통된 얘기다. 동해병기 법안 처리의 다음 수순은 3일 오전 열리는 하원 교육위 전체회의다. 하원의 최종 표결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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