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 브랜드, 불편한 ‘프리미엄’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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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 브랜드, 불편한 ‘프리미엄’ 딱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4.0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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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유통중기부 기자
김민주 유통중기부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해외 브랜드들은 유독 한국 진출 시 가격을 높게 올려 잡는 사례가 많다. 패션‧뷰티‧식품 등 소비자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재의 경우, 관련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애플 아이폰, 다이슨 청소기, 슈프림 등도 한국 땅을 밟으니, 몸값이 뛴 케이스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캐나다 국민 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이다. 팀홀튼은 캐나다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 상륙하자 가성비 전략을 버리고 프리미엄 딱지를 붙였다.

지역별로 다른 가격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흔하지만, 많게는 본토 가격과 두~세 배 이상까지도 차이 나는 경우가 허다해, ‘한국 소비자 기만’, ‘배짱 장사’란 지적이 따른다.

산업계에선 한국이 ‘고가 마케팅 전략’이 통하는 나라로 인식된다. “싼 것이 비지떡(저렴하게 산 물건은 품질이 좋지 않다)”이란 옛말이 현대까지 공인된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똑같은 제품이라도 한국에서 비싸게 팔면 더 잘 팔린다”란 공식이 통용될 정도다. 마케터들이 고마진을 남길 수 있는 해당 세일즈 포인트를 놓칠 리가 없다.

왜 한국은 프리미엄 딱지를 붙이기 쉬운 시장이 됐을까. ‘가격결정방법론’을 생각해보면 해답의 실마리가 보인다. 가격결정방법론에 따르면, 가격은 상품과 소비자를 잇는 매개체로, 상품과 소비자 사이의 욕구 교환을 실현한다.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욕구와 소비 패턴이 고가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 적합하단 분석을 내놓는다.

기업들은 상품 수출 전, 각 진출 지역별 현지 시장 수요 및 소비 트렌드를 파악해 맞춤형 마케팅 가격 전략을 세운다. 이 과정에선 각 국가별 국민들의 소득 수준, 수용성, 소비문화, 성공 선례 등이 전략안 구상의 주요 밑바탕이 된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가 많다.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을 수치로 여기고, 평균에서 멀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성향과 ‘빨리빨리’ 문화가 합해진 결과다.

최근 소비 권력으로 주목받는 MZ세대의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좀 비싸더라도 유명하면 값을 좀 더 지불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이를 SNS 등을 통해 과시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해외서도 논란이 된 ‘오픈런’ 문화를 주도한 것도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김종하 한라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저서 ‘콘텐츠 비즈니스 입문’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 방식을 상품의 원가를 기반으로 한 결정 방식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결정 방식으로 구분했다. ‘원가 기반’은 상품의 원가를 정산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자의 적정 마진을 더해 적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의 가격을 찾는 방법이다. ‘가치 기반’의 가격 설정 방식은 고객이 해당 상품을 인지하고 구매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객의 잠재적인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격 설정 방식이다. 쉽게 말해, 원가와 상관없이 고객이 인지하는 가격이다. 고객이 높은 가치로 인식하고, 이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한다면 원가와 관계없이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이 최종 가격이 된다.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의 유명세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 상품의 원가와 본토 가격 정책보다 더 높은 가격대가 허용될 수 있단 상업적 계산이 나온다.

한국 시장을 고가 정책의 테스트베드로 여기는 해외 기업들의 기만적 태도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를 통용하게 만든 국내 소비자들의 허영적 소비문화 역시 고찰할 때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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