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서울의 봄처럼, 건설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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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서울의 봄처럼, 건설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4.01.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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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봤다. 12·12사태에 관한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넘어서 흥행하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암살된 직후 권력에 빈틈이 생겼다. 이때 전두환이 중심이 된 하나회라는 군 내 사조직을 필두로 신군부가 권력을 찬탈하게 된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은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를 김재규의 협력자라는 혐의로 체포하는 군사 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했다. 그날 하루 동안 전방을 지키던 부대가 서울로 들어오고 공수부대가 육군본부를 점령하게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한 대립 과정을 그린 영화 러닝타임 내내 필자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1979년 10월 26일부터 12월 12일까지 47일 동안 최고 권력자가 갑자기 사라진 이후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전두환 보안사령관 간에 권력 다툼이 발생한다. 결국 최규하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으로 인해 재임 8개월 만에 축출됐고,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짧은 임기를 지낸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육군본부가 군사 쿠데타를 막지 못한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보력의 차이에 있다고 말한다. 형식적인 최고 권력자는 최규하 대통령이었지만, 중요 정보는 그가 아니라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 사령관이던 전두환에게 흘러갔다. 그는 육사 출신의 '정치군인'들의 모임인 '하나회'의 우두머리로서 인적 네트워크도 강력했다. 그러나 이는 간접적인 요인이다. 

결정적인 요인은 초기에 강력히 제대로 된 진압을 하지 않은 데에 있다. 육군본부의 몇몇 군 지도자들의 우유부단함이 더 큰 문제를 초래했다. 공수부대보다 먼저 진압군을 서울로 들일 수 있었고, 막을 능력이 충분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적극적인 싸움 대신 협상을 하고자 했고,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나중에 대세가 기울어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본인에 유리하도록 왜곡하고, 전방을 지켜야 하는 군대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였다. 또 결국 권력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권력에 탄압받는 억울한 국민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권력을 잡은 신군부는 이후 민주화를 더욱 억압했다. 12·12사태가 발생한 다음 해에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생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함축적 부당함을 내포한 박종열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으로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 결국 대통령 직선제로 전환된다. 민주주의를 향한 서울의 봄은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신규 수주가 급격히 위축되고 부동산 PF 위기설 등이 들려온다. 2023년 한 해 동안 종합건설사가 550곳 이상이 폐업하고 지방건설사 중심으로 가파르게 폐업 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로 건설사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건설산업은 추운 겨울에 들어서고 있다. 

장기 군부 독재 이후 민주화와 서울의 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전두환 신군부라는 또 다른 추운 겨울이 왔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보면 그때 좀 더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각 주체들이 맡은 제 역할을 다했더라면 전두환의 쿠데타를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침체기에 들어선 건설경기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침체 초기에 선제적으로 경기부양 의지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침체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시행사·시공사·금융사 등 복잡한 구조 속에서 책임회피와 책임 전가에만 매몰된 소극적인 대처와 우유부단한 대응으로는 침체 기간이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은 건설업계에 혹독한 겨울이다. 겨울이 길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합심해야 할 시기다. 과거 독재를 지나 따뜻한 봄이 뒤늦게 찾아왔던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위기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확고하고 분명한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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