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영건설發 PF 리스크, 옥석가리기로 줄도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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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태영건설發 PF 리스크, 옥석가리기로 줄도산 막아야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4.01.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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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겪어온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만기 연장을 통해 버텨온 PF 폭탄이 결국 터진 것이다. 부동산 하락기에 무리한 수주로 미착공 사업장이 급증했고, 분양대금 감소, 공사비 증가로 착공 사업장 경제성도 추락한 결과다.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PF 부실 해결에 한계에 달했음을 의미하고 연쇄 부도 위기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결국 부동산 PF에 따른 채무 문제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잔액은 4조4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보고서는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가운데 7200억원을 우발채무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이 최종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서울 성수동 오피스빌딩의 PF대출 48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의 부동산PF 보증 채무는 3조627억원(한국신용평가 추산·11월말 기준)이다. 이에 정부는 태영건설 대주주에게 고강도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PF 위기가 건설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8월 말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미착공 PF 우발 채무 규모가 6121억원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 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PF 부실은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됐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옥석가리기를 통해 줄도산을 차단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지원하고 한계기업의 경우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시장 안정화 및 협력업체 지원 대책,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에 나서고 있다. 결국 정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 올해 총선을 의식해 ‘일단 살리고 보자’는 식의 퍼주기 해법 보다는 이번을 계기로 부동산 PF부실을 솎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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