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타이어家에 남은 불씨
상태바
[기자수첩]한국타이어家에 남은 불씨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12.27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한국타이어가(家)에 발발한 2차 '형제의 난'이 차남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은 물론 '큰 아버지 기업' 효성까지 백기사로 등판,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조 회장의 형이자 한국타이어가의 장남 조현식 고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했지만 최소 목표치 미달로 경영권 확보 구상이 현실화하지 못했다. 조 고문뿐 아니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 씨도 조 회장과 대척점에 섰다.

이들은 지난 21일 호소문을 내고 "설립자의 가족이자 같은 주주로서 일반 주주분들께 공개매수 참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1차에 이어 2차 형제의 난도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지만 이는 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불씨'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실제 조 회장에 맞서고 있는 조 고문과 조 이사장 등은 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특히 당장에 사법, 금융당국의 변수가 있다. 우선 내년 1월 열릴 조 명예회장의 한정후견개시 심판의 2심 결과는 향후 양측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앞서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양측은 모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MBK는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이달 들어 4.41%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조 회장 측도 전일 MBK 공개매수 발표 전 벌어진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에 정식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남매간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떨까. 혹자는 "결국 남는 건 피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씁쓸한 결론"이라 했다.

싫으나 좋으나 '명분'이 중요하다. 그룹의 존립, 경영권 확보 등 큰 변동을 가져오는 일을 결단할 땐 더욱 그렇다. 방어하는 측은 명분을 내어 주지 말고, 공격하는 측은 명분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의 발이 돼 주는 타이어로 이 부문의 한국 1등으로 올라섰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 대응과 신사업 투자로 지속가능한 그룹의 미래에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란 중차대한 시기다.

이 시기에 '형제의 난'으로 유명해지지 말고 새 사명처럼 전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기술 기업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