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또청약 대신 로또론 꺼내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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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또청약 대신 로또론 꺼내든 정부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12.25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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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윤석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특례론 2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생아 특례론의 규모는 26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상반기 반등을 이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유효 신청액 41조7000억원) 수준은 아니지만, 침체로 접어든 시장에 낙하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책 연구기관 내부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부동산 부양책을 앞장서서 강하게 요구했던 만큼 의아함이 드는 부분이다. 

그 까닭은 수혜 기준에 있다. 정부는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가구에 연 1~3%대 모기지론을 공급한다. 그 조건은 연소득은 1억3000만원, 자산은 5억600만원 이하에 주택가격은 9억원을 넘지 않으면 된다. 정부가 나서 5억까지 빌려주니 집을 살 생각이 없더라도 매수에 나설 법하다. 

그러나 정책 일관성 측면에선 직격탄이다. 올해 1월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이 갑작스럽게 도입됐다가 지난 9월 축소 수순을 밟았다. 1년 한시 공급하겠다는 당초 정책안을 깬 결정이었다. 50년 만기 주담대 또한 8조 규모의 신청이 이뤄졌으나 다주택자 대출을 허용했다는 비판 속에서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번엔 신생아다. 다음에는 누가 정책 혜택을 받을지 국민들은 예측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정책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면, 실수요자는 박탈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수십년 동안 자산에 영향을 끼칠 결정을 두고 고심에 빠진 실수요자들에겐 독이다.

그야말로 '로또청약'에 맞먹는 '로또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연구원은 "정책 모기지론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책이 나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준이 출산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뒤따른다. 이 연구원은 "출산은 자연스러운 생애주기 속에서 일어나는 결과지, 집을 사기 위해서 출산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독신가구의 생애최초 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모기지론의 파워는 파워는 막강하다. 일례로 6억~9억원 매수를 지원하던 특례론이 폐지되자 이 가격대 아파트 거래 비중은 11%에서 6%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말을 앞두고 아파트 매맷값이 하락한 배경으로도 정책 모기지론 축소가 꼽힌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분양가 규제를 도입해 로또청약을 양산했다. 규제 도입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서울 분양 물량이 1만 가구를 밑돌았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특례론은 가계부채 부담을 키우고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문제가 지목된다. 이같은 정책 비판을 딛고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부디 이번 정부는 문제가 많았던 전(前) 정부처럼 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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