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정부 빚 모두 위험수위…부채증가에 성장둔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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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정부 빚 모두 위험수위…부채증가에 성장둔화 ‘악순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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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앉은 韓…부채 규모 매달 최대치 경신중
'부채의 역습'...경제수장들 "리스크 관리 만전"
나라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부채 증가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라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부채 증가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2분기 현재 가계·기업·정부부채를 모두 더한 한국의 총부채 규모가 6000조 원에 육박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걸 감안하면 부채 규모는 더 불어났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등 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9572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주요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2218조3581억 원, 기업부채는 2703조3842억 원, 정부부채는 1035조2149억 원 등이다.

1년 전 5729조9946억 원보다 4.0% 증가했다. 증가 폭을 고려하면 연내 6000조 원 돌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일반정부·공공부문 부채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D1)에 지방정부,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는 1157조2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GDP 대비 비율은 2.2%p 오른 53.5%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비기축통화국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이후 부채 관리에 나서 부채비율을 줄여온 반면 우리나라는 확장재정을 지속해 온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이 부채를 떠안게 되는 구조여서 이른바 '숨은 나랏빚'으로 불리는 공공부문 부채(D3·비금융공기업 포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588조7000억 원으로, 1년 새 161조4000억 원이나 늘었다. GDP 대비 73.5%로 사상 처음 70%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재정준칙 도입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내에서,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반대에 막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재정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재정준칙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건전재정 기조의 확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3분기(7~9월) 가계 빚은 직전 분기 대비 14조3000억원 늘며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거래 회복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데다 여행 수요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늘며 판매신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가계 빚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4분기(10~12월)엔 50년 만기 주담대 제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은 가계대출 상승 압력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수장들은 내년에도 가계부채가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인이라고 강조하며 부채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일 “가계부채 연간 성장률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해 “연간 성장률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며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 질적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18일 주요 연구기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등 잠재 취약 요인들로 인해 여전히 불안 요인이 잔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금융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잠재 위험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서민, 자영업자 등 민생 경제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내 금융연구기관장들이 한 목소리로 '부채의 역습'을 경고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가계 대출 및 기업 대출의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 되고 있단 지적이다.

지난 18일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위-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누적된 가계 대출, 중소·자영업자 대출, 부동산 PF 대출 등 부채의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상 IBK경제연구소장도 "현재 은행 산업은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이며, 기업부실 대응을 위한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며 "유동성 위기 기업군 선별 지원, 기술 금융 제도 개선, 수출 중소기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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