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 달성 시기 불확실…한은 ‘물가최우선’ 정책기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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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2% 달성 시기 불확실…한은 ‘물가최우선’ 정책기조 유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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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목표 달성될 때까지 금리인하 논의 없을 것"
기대인플레 상승 불확실성 여전..."긴축 종료 아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내년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진 미국과 달리 한국은행은 물가의 목표(2%) 수렴을 확신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상당폭 상승하는 가운데 누적된 비용 상승에 따른 2차 파급효과 등 변수가 남아있어 아직 2%대 물가 수렴시기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 가운데 앞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성장세·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2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의 목표 안착 불확실성 △성장세 개선 리스크 △가계 및 기업부채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기조 장기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한은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중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였으나 8월 이후 3개 연속 오름폭이 확대되는 등 둔화세가 지연되고 있다고 봤다. 이는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로 인한 2차 파급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데 기인한 것으로 향후 목표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이 수렴될 때까지 여러 불확실 요인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소비 회복세는 더디지만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면서 수출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재고조정 가속화, 인공지능(AI) 관련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 등과 함께 스마트폰, PC 출하량도 점차 나아지면서 업황 회복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 및 기업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신규연체는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대출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 및 부동산업연체의 꾸준한 발생으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은은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의 이견이 반복되는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봤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등 주요국들의 중앙은행이 내년 2·4분기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시장 예상치에서 벗어난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취약부문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성장, 물가지표의 움직임과 시장의 기대 변화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자금 흐름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하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메시지도 크게 갈리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자는 의견도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통위원은 ‘현 수준의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했고 또 다른 금통위원은 ‘고금리 정책의 성과와 부작용을 점검하자’고 제시했다.

지난 19일 한은이 공개한 11월 30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만 추가 긴축 등 매파적(긴축 선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 총재가 6명의 위원 중 4명이 금리를 석 달 내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의사록에 드러난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명은 ‘중립’, 나머지 2명은 좀 더 비둘기적인 의견에 가까웠다.

한 금통위원은 “공급충격 등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면서 목표수준으로의 수렴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며 “물가 목표로의 수렴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정책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대로 상회하는 기간이 이미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고 향후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근원물가가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며 “가계대출, 기업대출 역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대로 빠르게 안착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물가 경로가 현재 예상경로보다 상회하고 목표 수준대로의 안착이 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추가 긴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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