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횡무진 속 명(明)과 암(暗)…中알리, 진정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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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횡무진 속 명(明)과 암(暗)…中알리, 진정 성공하려면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12.2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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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되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크로스보더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18년 한국시장에 처음 뛰어든 알리는 지난 3월 한국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알린 데 이어 글로벌 스타인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앞세워 점유율과 인지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에 물류센터 설치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알리는 지난 10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61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G마켓(582만명)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중국 애플리케이션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리의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 해외직구가 미국을 사상 처음으로 제치고 한국 직구 시장의 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해외직구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신장한 4조7928억을 기록했다. 국가별로 중국은 2조2217억원으로 절반(46.4%) 가까이 차지하고, 미국이 1조3928억원(29.1%)으로 뒤를 이었다.

알리의 차별화는 ‘가격 경쟁력’이다. ‘초저가’ 상품을 내걸어 성공 방정식을 만들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알리는 현지 제품을 직매입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구조로 가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고물가 여파로 긴축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대한 알뜰하게 지출하려는 국내 소비자 사정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20일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넉달째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영향력을 불려가고 있는 알리에게도 개선과제는 존재한다. 이는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가품(짝퉁) 판매 문제다. 앞서 지난 10월 16일 레이장 알리 한국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대에 올라 여야 모두에게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짝퉁 이슈는 비단 알리뿐만 아니라 중국 플랫폼 전체에 해당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 검사에서 6만2326건이 짝퉁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99%가 중국발이다.

이에 알리는 짝퉁 판매 근절 취지로 향후 3년간 1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프로젝트클린’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및 기업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 앞장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이커머스 기업에서 세웠던 가품 대응책을 나열한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기업에 대한 보상책도 빠져 있다. 여전히 알리 앱에서 짝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 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알리가 한국 시장에서 모범 해외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이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상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다면, 결국엔 소비자 신뢰를 잃고 사업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물론, 짝퉁을 무심코 장만하려는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법 질서 확립이다.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관계당국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외서 유입되는 짝퉁을 예방·적발하고 있지만,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짝퉁을 생산하거나 이를 공급하는 해외업체에 대해 강력히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보다 건강한 유통 산업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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